우리 주변에는 급박한 위험에 처한 타인을 돕다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흔히들 영웅이라고 부르는 이들에 대해 국가는 의사상자로 인정하며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용기를 낸 이들에게 남겨진 고통의 무게는 적지 않은데요.
이들이 겪는 아픔과 지원 대책에 대해 현장포커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이정연기자!
의인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일본 도쿄 전철에서 취객을 구하다 숨진 이수현씨가 회자되곤 하는데요.
특히 추모 열기도 오래 이어져왔죠?
그렇습니다.
이수현씨가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선로에 몸을 던진 게 7년 전인데요,
매년 기일이 되면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가 그의 묘를 참배하고 있고, 지난 2006년에는 고 이수현씨의 얘길 다룬 한일합작영화도 제작돼 수많은 관객들을 울렸습니다.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 걸고 남을 돕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어렵잖게 만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용감한 시민들부터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까지 우리는 종종 보게 됩니다.
이들을 만나, 얘길 들어봤습니다.
지난해 12월, 원정남씨는 퇴근길에 술집에 들렀다가 칼을 든 괴한이 주인을 위협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모두 겁에 질려 누구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원씨는 과감히 강도와 격투를 벌였습니다.
순식간에 흉기를 빼앗고 강도를 제압했지만 원씨의 복부에도 칼이 꽂혀 있었습니다.
원정남(54)/ 경기도 성남시
“칼 하나 충분히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제 생각대로 칼 하나를 빼앗았는데, 칼이 네 개였던 것은 느끼지 못했었다.”
이미 인근 가게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온 괴한에게 수차례 찔렸고,결국 위를 반이나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병상에서 두달가량 치료를 받았던 원씨는 지금도 여전히 통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택시 운전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했던 원씨에게 치료비 부담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하지만 두 달 전, 천만다행으로 의상자로 지정돼 병원비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원정남(54) / 경기도 성남시
“이 부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보상해준다는 게 감사하죠. 감지덕지하고. 처음엔 피해자가 돈 한푼없어서 1500만원 나왔거든요. 의료보험, 500만원 사비로. 고맙죠. 그저 고마울 따름이죠.”
아직 후유증이 남아있긴 하지만 원씨는 얼마전부터 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하루 12시간 운전을 하면 신경 마비나 복통의 증상이 생기지만 원씨는 자신의 일을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비록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옳은 일을 했다는 자부심으로 남은 상처를 묵묵히 감내했습니다.
상가가 밀집돼 있는 서울에 있는 시장 골목.
지난 4월, 이 3층짜리 건물에선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시커멓게 타버린가전제품과 신발이 화재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짐작케 합니다.
수도관과 전기 배관은 다 녹아내렸고, 옥상엔 가스통이 20개나 돼 대형화재로 번질 일촉즉발의 상황, 이문범씨는 몸을 아끼지 않고 과감히 불로 뛰어들었습니다.
화재 현장을 발견하자마자 호스로 직접 불을 끄기 시작한 겁니다.
이명숙 / 상가 식당 주인
“마지막. 그 때 불길 엄청났지.. 저 사람 아녔으면 불 크게 났을거야.”
이 일로 얼굴과 목에 2도 화상을 입은 이 씨는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2백만 원이 넘는 치료비도 힘에 부쳤습니다.
현재 이씨는 부상등급 기준에 따라 9급 의상자로 인정된 상황.
보상금과 의료급여를 국가에서 지원받으며 위안이 됐지만, 그 전까지 느꼈던 서운함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의로운 일에 뛰어든 이들이 무엇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를 낸 행동에 대해 우리나라에선 사회적 대우가 한참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의사상자 예우 제도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절차와 기준 등이 궁금한데요.
네, 의사상자 증명은 본인 또는 가족이 해야합니다.
지자체에 신청이 되면, 국가보훈처, 소방방재청·경찰청 소속 위원으로 구성된 의사상자 심사위원회를 거쳐 보건복지가족부에서 통보하는 절차로 이뤄집니다.
지난해 개정된 법률에 따라 종전에 비해 예우 범위와 지원은 한층 강화됐습니다.
의사자에겐 1억 9천 7백만 원이, 의상자에게는 부상 정도에 따라 9등급으로 나눠 최고 1억 9천 7백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지급됩니다.
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보건복지가족부 / 이화연 주무관
“개정 거쳐서 보상금 등 지원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556명 인정받았다.”
의상자 뿐만 아니라 의사자로 인정받게 되면 유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은데요.
숨겨진 의인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선의로 남을 도우려다 피해보는 이들이 없도록 지자체 등에서 활발히 나서고 있는 분위깁니다.
지난 9일 새벽, 고등학교 동창인 금나래, 황지영씨는 고속도로에서 사고 차량을 돕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뒤따라오는 차들에게 휴대전화 불빛으로 사고 상황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다 미처 이들을 보지 못한 승합차에 치이는 변을 당한 겁니다.
어린이집 교사와 호텔 인턴으로 성실하게 꿈을 키워가던 꽃 같은 젊은이들의 죽음에 유가족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친구들은 몇 주 전 사고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입니다.
강리나
“봉사활동 나가도 솔선수범 하고 그런 친구들이었는데 마음 아프고, 안타깝고 그렇죠.”
김재희(23)
“그 사람들이 밉죠... 갓길로 나가서 빨리 도우려고 한건데 그게 안 된 거니까 마음이 아프죠..”
자식을 먼저 보내고 망연자실한 유가족들을 대신해 김제시측과 지인들은 이들의 의로운 일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의사자 지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성란
“우리 딸이 그래도 잘 했구나.. 고맙죠...”
이화정
“요즘 세상이 각박해서 남 도와주지 않는데, 위험한 줄 알면서도 도와줄려고 하겠어요. 누가 내려가지고 도와주려고 하겠어요. 신고만 하면 됐을텐데 엄마는 안타깝죠.“
올해 의사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5명, 2000년도 이후 현재까지 모두 390명의 의인들이 의사자로 인정받았습니다.
방학 끝자락인 한 대학교에 놓인 추모비는 지난 2002년에 의사자로 지정된 장세환씨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겁니다.
소매치기를 쫓다 교통사고로 숨진 의인을 위해 하나는 교우회측에서 다른 하나는 서울시에서 설치한 겁니다.
또 의상자를 특별채용하는 기업이나, 의로운 죽음을 기리기 위한 영화도 만들어졌습니다.
각박한 세태 속에서 못 본척 지나치지 않은 이들의 용기가 상처뿐인 영광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사회적 분위기가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네, 의로운 희생을 한 의사상자들과 숨겨진 의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길이나 선로로 뛰어들던 행동의 대가를 사회가 함께 인정해주는 분위기는 정의가 통하는 사회의 기본적인 요건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바탕이 될 때 의로운 시민 행동이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 이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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