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음악이 흐르는 세상>시간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던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 추석에도 많은 분들이 고향에서 친지들과 함께 정다운 시간을 계획하고 계실 텐데요.
이런 때에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의 주제, 화면 함께 보시죠.
네, 오늘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정우 클래식평론가 나와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추석 같은 큰 명절 때가 되면, 고향과 친지들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지는데요.
Q1> 오늘은 이런 때에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주신다고요?
A1> 고향에 대한 향수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음악들을 들어보는 시간
Q2> 첫 번째 들어볼 곡은 어떤 곡인가요?
A2> 평화로운 목가적 분위기 <전원 교향곡>, 프랑스에서 베스트 클래식!
<전원 교향곡>은 영국에서 가장 녹음이 많이 된 베토벤의 교향곡이고, 프랑스에서는 베토벤의 전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 곡이기도 하다. 베토벤이 이처럼 널리 사랑받는 전원 교향곡을 쓰게 된 배후에는 그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숭배가 있었다. 베토벤은 알려진 대로 “사람은 속일 때가 있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 “숲 안에 있으면 기쁘고 행복하다”는 말을 비롯하여 자연을 사랑하는 말을 많이 남겼다. 세속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한적한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자연 속에 침잠해 위안을 얻었던 것이다. 베토벤은 가톨릭 신자였지만 성당에는 가지 않았고 단지 자연 속에서 신의 존재를 느꼈다. 1810년 5월, 베토벤이 테레제 말파티에게 보낸 편지에는 ‘나보다 전원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실로 숲과 나무와 바위들은 저마다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들을만한 메아리를 지니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다섯 개의 악장은 ‘전원에 도착하여 느끼는 상쾌한 느낌(1악장)’, ‘목동의 노래-폭풍이 물러간 후 행복하고 감사한 기분(5악장)’ 등 각각의 제목이 있다. 베토벤은 이 곡이 전원의 모습을 그린다기보다는 전원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곡 설명을 달았다. 실제로 이 곡에는 새들(뻐꾸기, 나이팅게일, 메추라기)의 지저귐, 천둥, 알펜호른의 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고향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들어봤습니다.
Q3> 그런데 고향에서 친지들이 함께 모여 송편도 먹고, 차례도 지내는 훈훈한 풍경을 떠올리면, 서양의 클래식 보다는 ‘우리 음악’이 좀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A3> 가곡이란 그 나라 민족 정서와 예술성이 짙게 밴 고유의 성악곡을 말한다. 모국어로 된 시를 노랫말로 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몇 나라 안 되는 희귀한 전통이다. 한국 가곡이 독일, 이태리 가곡과 구분되는 것은 물론 한국어, 한국 詩를 노랫말로 한다는 점이다. 비록 서양 음악의 구조와 원리를 따랐지만, 외형미를 추구하는 서양 음악과는 달리 우리 가곡은 안으로 녹아들고 여음에서 우러나는 우리 특유의 정서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가곡은 단순한 음악장르의 차원을 넘어 민족의 노래로서 그 시대의 희로애락을 같이 해왔다. 한국 최초의 가곡 "봉선화"가 발표된 192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가곡은 꾸준히 발전하여 왔다.
Q4> 우리 가곡 가운데서도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그린 대표적인 곡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곡이 있을까요?
A4>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도움을 받아 음악계를 대표하는 작곡가와 성악가 1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작곡가, 성악가들이 뽑은 최고의 가곡, 작곡가, 성악가」설문조사에서 우리 시대 최고의 가곡은 「 가고파」, 최고의 작곡가는 김동진, 최고의 성악가는 오현명씨로 선정되었다. 30명이 추천한 「가고파」(이은상 시, 김동진 곡)은 이 곡은 김동진씨가 숭실중학 재학시절 열아홉 살에 만든 곡이다. 담임 양주동 선생의 강의로 이은상 시인의 「가고파」를 알게 된 뒤, 현제명씨 독창회에서 자작곡 「가고파」를 듣고서 나는 저보다 더 나은 곡을 작곡하리라 결심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이은상 시인의 노랫말을 좋아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이은상씨가 만주에서 고향인 마산 앞바다를 그리워하며 쓴 시조로 알려져 있는데, 단순히 마산 앞바다라기보다 해방된 조국을 그리는 마음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많다. 김동진씨가 시조 열 편 중 네 수를 먼저 작곡하고, 40년 후에 나머지 작곡을 완성하였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전편 네 수이다. 실향민 처지가 된 김동진씨는 통일된 조국을 그리는 마음으로 이 곡을 썼다는데, 시인과 작곡가의 처지는 달랐지만 가사 내용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던 것이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 통일조국에 대한 염원, 죽음을 앞에 둔 종교적 경건함까지,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노래』라고 김동진씨는 자신의 노래를 평했다. 그가 6·25 때 남으로 오는 피난길에서 검문에 붙들렸다가 「가고파의 작곡가」라 하여 무사통과된 일화도 유명하다. 올해 7월에 별세.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우리 가곡이었습니다.
우리 가곡에 워낙 명곡들이 많은데요.
Q5> 한 곡으로는 좀 아쉽습니다, 한 곡 더 들어볼까요?
A5> 「작곡가, 성악가들이 뽑은 최고의 가곡, 작곡가, 성악가」설문조사에서 2위에 오른 「그리운 금강산」(한상억 시, 최영섭 곡). 이 노래에 대해선 「말이 필요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 가곡사 중·후반기 최고의 히트작」이라는 한마디로 대변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운 금강산’은 1961년, KBS에서 마련된 ‘6.25 11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작곡된 곡이다. 당시 조국강산을 주제로 한 노래를 기획했는데, 그리운 금강산은 작곡가 최영섭이 작곡한 칸타타 ‘아름다운 내 강산’ 11곡 중 하나였다. 『평소엔 아무리 빨라도 2주 이상 걸려야 완성하는데, 이 곡은 하루 만에 멜로디와 피아노 반주까지 완성했습니다. 시를 받아든 순간 구절구절 우러나오는 시대의 아픔이 가슴으로 느껴졌던 것입니다』 작곡자 최영섭씨의 회고담이다. 한신평 KBS 라디오국장은 『이 노래로 인하여 방송사가 우리 가곡 보급으로 국민 정서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 가 재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우리 가곡이 대중화되는 데는 「내 마음의 노래」라는 TV 프로그램 등 방송이 기여한 바가 컸다.
오늘 새삼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음악들을 들어봤는데요.
Q6> ‘고향’하면 떠오르는 것이 또 ‘부모님’, ‘가족’ 아니겠습니까?
A6> 드보르자크 가곡집 <집시의 노래> 중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노래” 깊고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 하이든 <교향곡 제45번 '고별'> 대작곡가가 남긴 사랑의 유언장. 애틋한 가족애의 노래
Q7> 그럼 그 가운데서 한 곡 들어볼까요?
A7> 평생 비극작품만 작곡하던 푸치니의 유일한 희극인 ‘쟌니스키키’는 단테의 신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곡한 작품으로《외투》, 《수녀 안젤리카》와 함께 3부작으로 발표된 오페라, 《일 트리코(Il tricco)》중의 마지막 작품으로 3막 작품이다. "일 트리코Ii Trittico"는 원래는 "세폭의 그림' 이라는 뜻이며 풍자와 유머가 넘치는 오페라다. 쟌니스키키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 제30장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로, 부오조 도나티가 단테의 처가의 유언서를 고쳐 씀으로써 유산을 손에 넣은 죄를 범했기 때문에 지옥으로 간다. 푸치니의 오페라 쟌니스키키 中 극중 나오는 주인공 “라우레타”의 아리아인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bino caro)'는 많은 이 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오페라의 연주 보다는 이 아리아의 연주가 독립적으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음악이 흐르는 세상’ 오늘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어 봤습니다.
네, 말씀 나눠주신 유정우 클래식평론가, 감사합니다.
(KTV 한국정책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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