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체와 자동차, 조선에 이은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플랜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2년까지 수주액 700억 달러를 달성해 세계 5대 플랜트 강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플랜트 산업의 현주소와 플랜트 강국으로 나가기 위한 전략을 2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정연기자! 중동을 중심으로 플랜트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많은 건설사들이 플랜트를 주목하고 있는데, 덩치도 크고, 수익성도 좋다면서요.
플랜트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계와 장비 등의 하드웨어와 그것을 설계, 시공하는 과정, 또 장기간 유지 보수하는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일컫는 산업인데요.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토목이나 건축 공사보다 수익성이 좋아서 플랜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의 경쟁이 뜨겁습니다.
플랜트 공사 수주는 주로 중동 지역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죠.
그렇습니다.
두바이쇼크로 인해 플랜트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중동은 앞으로도 오일달러를 앞세워 플랜트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이고요.
여기에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 지역까지 플랜트 투자를 늘리고 있어 수출지역이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서 우리 플랜트 산업은 어느 정도 위치이고, 어떤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네,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활약이 대단한데요.
그 땀과 투지로 일군 플랜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200km 떨어진 라용 마타풋 지역.
태국 최대 공업 단지로 수많은 건설업체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는 부지부터 이미 완공돼 위용을 뽐내는 공장까지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공사금액만 1조 1천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보일러 철골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태국 전력청이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해, 독일과 프랑스 등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달려들었던 공사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찰을 따낸 곳은 한국의 두산 중공업.
두산 중공업은 지난해 수주 가운데 80%를 해외에서 성사했을 정도로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 보다 설계, 구매, 시공 등 EPC 능력을 골고루 갖춘 것.
창원 공장에서 만든 기자재를 태국 현지에서 설치,시공해 이후 시운전까지 맡는 겁니다.
여기에 적극적인 해외 인수 합병을 통해 원천기술을 하나 둘 확보해가는 노력도 밑거름이 됐습니다.
김영일 / 현장 소장
“EPC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설계, 기자재 공급, 건설, 시운전까지 망라할 EPC 회사는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두산 중공업은 기술력 배가를 위해서 보일러 기술은 영국의 밥콕에너지를 인수했고, 터빈에서는 체코 스코다. 명실상부 기술을 획득. 향후 발전가능성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2011년 11월, 발전소가 완공되면 700MW의 전력이 생산됩니다.
라용 산업 단지에 많은 공장이 몰리면서 예상되는 전력난 해소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겁니다.
특히 태국 최초의 초임계압 발전이라 현지의 기대는 더욱 큽니다.
발전효율을 높이는 기술 초임계압 방식은 보일러의 온도와 압력을 높여서 발전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짧은 시간에 전력 생산이 가능해 연료 소비와 CO2 배출을 크게 줄이는 친환경 발전이 가능합니다.
두산 중공업에서 12년 간 공사 경험을 쌓은 김동희 공사과장은 이곳에서 건설 현장을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구조 설치물에 올라가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자들은 99%가 현지 인력.
불과 30년 전, 중동 건설 붐이 일 때 외국 건설사의 하청을 받아 단순 시공을 맡았던 국내 기술진은 이제 건설현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김동희 / 토건부 과장
“막상 태국현지의 특성을 지역적 정서나 문화 등 차이에.. 갈등이 상당히 있다. 저희는 시공 및 마지막 시운전 단계 cf3에 많은 노하우와 정보를 원만하게 대처하고 있다. 태국은 아직 발전설비 실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두산이 독자모델 갖고 와서 기술이전이라든지 하나의 업그레이드 단계에 있다.”
현재 태국 라용 산업단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모두 19개.
이중 14곳을 국내 건설업체가 따내 한창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한국의 산업단지 공사현장에 온것이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은 그간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독점했던 플랜트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넓혀가는 겁니다.
정의종 / 플랜트학회 부회장
“오일가스, 정유 석유화학, 발전 담수 커다란 카테고리로 나누면 최상위층 석유개발 탐사하는 부분은 기술력이 뒤진다고 볼 수 있지만 그 하단 부분은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에 도달했다 볼 수 있죠.“
대기업 뿐 만이 아닙니다.
국내 업체들은 벤처나 중소기업 등 다양한 형태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SK건설의 글로벌 벤처기업인 타이우리가 좋은 예입니다.
불과 5년 전, 스무 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600명의 식구를 거느리는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홍정식 / 타이우리 대표
“매년 2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는 1억불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고, 내년에는 1억불 매출 초과달성을 예측하고 있다. (+) 설립당시부터 사업 타깃마켓이 신규대형공사가 아니고, 중소규모의 증설 개조공사다. 공사는 지속적으로 발주 예상이 되고 있고, 사업목표는 중소규모의 증설개조공사를 수주하고, 태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서 압력용기를 제작해서 수출하는 사업.”
플랜트 업체의 평가 기준은 납기일과 품질, 그리고 가격입니다.
이런 점에서 초과근무를 해서라도 공사 납기일을 맞추고, 발주처의 의견을 반영하는 한국 업체들의 진행 방식은 이곳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한엄교 / 배관설계 팀장
“가장 중요한 건 오너의 클라이언트 요구. 각 발주처마다 요구가 다 다르기 때문에 반영할 수 있도록 숙지하고 반영시키고. 직원한테도 잘못 반영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기자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타이우리가 경쟁업체의 우위에 서는 대목입니다.
하청을 주는 대다수의 경쟁 업체보다 1/10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곽범욱 / 제작소장
“가격 경쟁력 뿐만 아니고, 타임이라든가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거죠. 컨스트럭션 업체들은 모든 제품을 필요로 하는 게 외주로 갖고 오죠. 저희는 자체적으로 갖고 오기 때문에 필요한 양, 적기에 갖고 오기 때문에 장점이 있습니다.”
부지 위에 빼곡히 들어선 철골구조물과 우뚝 솟은 철탑들.
연간 43만 톤의 벤젠과 톨루엔 등 석유화학 원료가 나올 아로마틱 공장으로, 타이우리가 국내 대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진행한 공사입니다.
한국에서 만들어 온 핵심설비인 65미터 타워는 해상과 육로를 거치는 운송과정만 3주가 걸렸습니다.
마타풋 항구에서 연결된 도로 마다 가로등과 표지판을 모두 떼어내는 그야말로 특급 작전이었습니다.
타워를 일으키는 건 하중과 설계 검토부터 한 치의 오차도 허락되지 않는 과정.
1천 톤짜리 크레인을 동원해 여덟 개의 타워가 서기까지 기술진들은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당초 한 달을 예상했지만 이렉션 과정은 국내 기술진의 손에서 단 7일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은 유감없이 발휘된 순간입니다.
위숱 / 현장소장 (키도아/ 우다코니)
“타워의 총길이가 약 65미터에서 70미터 됩니다. 모두 한국에서 들여와서 여기 세운 것인데, 그 과정을 성공시킨 한국의 기술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까다로운 공법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발전 플랜트의 영역을 넓혀가는 기술진의 기술력은 발주처의 신뢰를 쌓기에 충분했습니다.
시리왓 / 프로젝트 관리자
“타이우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의 플랜트 업체들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해외 플랜트 수주액은 지난 2003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해 462억 달러를 달성했고, 급기야 우리나라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를 앞서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플랜트는 특히 서비스업이나 제조업과 비교해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2-3배 높아 국가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기술과 기자재, 고도의 금융서비스가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 플랜트를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박광순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1985년 이후 2만 불 소득달성을 못하고 있는데, 적어도 1만불 함정 벗어나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잇겠고, 플랜트가 필요하다. 작년에 플랜트 수주액이 460억불 이상인데, 자동차나 반도체, 철강 같은 우리 주력산업의 연간수출액에 비해 플랜트 수주액이 월등히 많습니다.”
정부는 2012년까지 수주액을 700억 달러로 끌어올려 세계 5대 플랜트 강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원천기술 확보와 기자재 국산화 등에 지원을 확대해, 양적, 실적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입니다.
이역만리에서 1천여 명의 현지 근로자들과 벌이는 공사 현장은 시행착오와 고난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불모지나 다름 없는 땅 위에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땀의 결실을 바라보며 오늘도 건설현장을 뛰고 있습니다.
중동 플랜트 시장 점유율 1위 해양플랜트 세계 1위.
담수플랜트 세계 3위를 기록해 온 한국의 플랜트 산업.
플랜트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얻지 않으면 잃어버리는 제로섬 전쟁에서 적극적인 대응과 전략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이정연기자, 국내 플랜트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봤는데요.
우리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온 플랜트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지속발전을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비록 선진국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해외플랜트 현장에서 우리나라는 빠르게 입지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플랜트 5대 강국 진입까지 남은 과제도 적지 않은데요.
플랜트 산업의 당면 과제들과 플랜트 강국으로 가기위해선 어떠한 전략들이 필요한지, 베트남과 필리핀 현장을 취재했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플랜트 산업의 영향력과 중요성에 비해 사회적 인식은 부족했던 게 사실인데요.
불모지였던 땅에 또 한번의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의 기술력과 저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정연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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