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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 국민방송

기본적인 감정의 하나, 역겨움 [문화읽기]

정보와이드 모닝

기본적인 감정의 하나, 역겨움 [문화읽기]

등록일 : 2010.02.18

이번 순서는 생활과 문화를 심리로 읽어보는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심리 이야기를 해주실 이철우 박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Q1> 오늘의 주제는 조금 입에 담기 껄끄러울 수도 있는 단어인데요. 바로 ‘역겨움’입니다.

매우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 중의 하나지만, 자주 언급되지는 않는 감정인 ‘역겨움’에 대해서 오늘 이야기를 해주신다고요?

A1> 네, 역겨움이라는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입에 담기 어려운 말입니다. 밥 먹기 전에는 관련 도서를 읽지 말라는 얘기도 있고요.

하지만, 역겨움은 굉장히 중요한 감정이고, 최근 심리학계에서는 이에 관한 연구도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도덕적인 평가를 내리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되기도 하죠.

Q2> 인간이 갖고 있는 다른 기본적인 감정들과는 역시 뭔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역겨움이라는 감정이 가지는 특징은 뭐가 있을까요?

A2> 네, 특히, 역겨움은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이라는 게 특징이 됩니다.

바로 소화기관과 관계되면서 구역질을 한다거나, 심한 경우에는 구토를 하기도 하고요. 또, 얼굴 표정에서도 역겨움을 느낀다면 숨기기가 어렵습니다. 삽화를 보시면요.. 뺨은 위로 당겨지고, 눈썹은 아래로 쳐지면서 일그러지고, 콧구멍 양 옆이 들리면서 코 옆으로 주름이 생깁니다. 이런 표정 때문에 사람들은 상대가 역겨워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Q3>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난다는 게 바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역겨움이란 감정은 어떻게 언제부터 형성이 되는 걸까요?

A3> 네, 역겨움은 우리가 가장 먼저 경험하는 감정에 속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들도 쓴맛에 역겨운 반응을 보이거든요. 다윈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아이들은 자랄수록 역겨운 표정은 더 자주 나타납니다.

아기가 어른과 마찬가지로 역겨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하지만요. 최소한 3세 정도가 되면 아이들도 역겨움이라는 감정을 학습합니다. 어린아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는 자신의 대변을 갖고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점차 커 가면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학습합니다.

이렇게 보면 역겨움이라는 감정은 사회적으로 학습된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아이가 성장하면서 역겨움에 대한 반응은 더 정교해집니다.

깨끗하게 살균된 바퀴벌레가 빠진 물을 마시는 실험을 해봤더니 4세의 아이들은 아무 상관없이 마셨지만, 7세의 아이들은 어른과 마찬가지로 물을 거부했습니다. 7~8세가 된 아이들은 더러움, 오염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에 침을 발라서 남이 못 먹도록 하는 등의 행동도 하게 되는 것이죠.

Q4> 누구나 학습하게 되고,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그 정도는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웬만한 더러움을 잘 참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결벽증을 가진 사람도 있으니까요.

역겨움에 대한 민감도를 측정한 실험이 있다고요?

A4> 네, 역겨움 연구에 있어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폴 로진’은 역겨움에 대한 민감도를 측정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있는 메뚜기를 먹어치우는 사람을 극단, 화장실을 연상시키는 두루마리 화장지로는 코도 풀지 못하는 사람들을 반대쪽 극단에 둔 기준표를 작성했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10~20% 정도 역겨움에 더 민감했는데요. 이는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여서 10대에는 가장 높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줄어들었습니다. 진화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이는 출산 능력과 민감도가 함께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자신이나 자식을 보호할 필요성이 적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자녀들을 돌보면서 역겨운 장면에 익숙해지기도 하고요.

Q5> 역겨움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은 많이 있지만, 우리가 아무데서나 그걸 표현하지는 않잖아요.

역겨움을 억누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 거 같은데요?

A5> 네, 결벽증 같은 강박신경증을 앓는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는 필요한 경우에 역겨움을 억누를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곧 기저귀 가는데 익숙해지고 식사 도중에 아이의 변 상태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도 하고, 매운 김치를 입으로 빨아서 아이에게 먹이기도 하고요. ‘역겨움의 해부학’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법학 교수 윌리엄 밀러는 역겨움이라는 감정이 아주 강력한 감정이기 때문에 이 감정이 사라진다는 것은 친밀감의 신호가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역겨움 민감도가 낮다고 하는데요.

일을 하면서 역겨운 광경이나 냄새에 익숙해지는 것이고요. 물론 처음부터 직업을 선택할 때 역겨움에 약하다면 그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겠죠.

Q6> 부정적인 감정이고, 생각하기도 싫은 이 감정, 역겨움은 왜 필요하고 어떤 효과를 주나요?

A6> 전염병을 다룬 커티스의 연구를 보면, 질병 매개체의 목록이 등장하는데요. 토사물, 침, 땀, 호흡, 배설물, 콧물, 썩어가는 물질 등등입니다.

이는 우리가 역겨워하는 것들과 동일하거든요. 우리 몸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역겨운 감정으로 본능적으로 거부하면서 질병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고요.

역겨움을 피하고 거부하는 감정은 그 감정을 일어나게 하는 일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Q7> 강한 역겨움은 거부감을 주지만, 역겨움을 소재로 한 유머도 사실 많거든요.

화장실 이야기나 남이 겪은 조금은 더러운 이야기는 언제나 웃음거리로 인기가 있는데요.

역겨움에 즐거움도 있을 수 있는 건가요?

A7> 눈알모양 사탕이라던가, 지렁이 모양의 젤 리가 유행한 것도 어찌 보면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겨움을 유발시키는 것들이지만, 사실 본연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인데요. 또, 어린 아이들을 보면 똥이라던지 오줌이라던지 하는 단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재밌어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아이들이 역겨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발달 단계에 있어서 아주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이런 단계를 거쳐서 역겨움의 규칙을 적절히 학습하게 되고, 주위 어른들이 질색하지 않도록 역겨움을 적절히 표현하는 법도 배우게 되죠.

역겨움에 동반되는 재미는 우리가 역겨움에 관심을 갖게함으로써, 또한 무엇이 안전하고 무엇이 위험한지 인식시킴으로서 우리 생존에 기여합니다.

Q8> 같은 종류의 역겨움이라도 속한 사회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요.

그게 바로 역겨움이 갖는 사회성이라고요?

A8> 눈알 요리를 먹는 나라도 있고, 심지어 식인풍습이 있는 부족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눈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역겨움이지만, 그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거든요.

그러고 보면 역겨움은 사회의 관습에 매우 민감한 편이죠.

역겨움이라는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인줄로만 알았더니, 더러운 것은 피하고 우리 몸을 지키게 하는, 아주 중요한 감정이었군요.

역할과 효과도 분명히 있고요

오늘 재미있는 주제로 심리 이야기를 풀어내 주신 이철우 박사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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