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현장인 귀무덤은 일본인 개인이 돌보다가 지금은 방치돼 있는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안타까운 현장을 김순아 국민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일본 교토에 있는 도요쿠니 신사,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받들어 모시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가까운 큰길 옆에 경주에 있는 중형급 규모의 고분과 비슷한 크기의 무덤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조선인 귀무덤.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을 받은 일본군들이 조선인 12만 6천여 명의 귀와 코를 전리품으로 베어와 묻어놓았습니다.
조선인의 귀무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처럼 떠받드는 도요쿠니 신사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건너편 공원에 방치돼 있습니다.
무덤 위에는 돌로 된 오륜 석탑이 마치 무덤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넓고 화려한 도요쿠니 신사와는 대조적으로 귀무덤은 주택가 한쪽에 초라한 표지판과 함께 쓸쓸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본 관광객에게 귀무덤을 아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일본 관광객
“수업 시간에 들은 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 사람들도 대부분 무심하게 지나가는 귀무덤 옆쪽으로 가봤습니다.
화분과 자전거가 놓여 있는 주택이 귀무덤과 바짝 붙어 있어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침 이곳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신재혁 / 한국 관광객
“너무 초라하고요. 그리고 조상님의 슬픈 역사가 담겨있는 공간인데…”
인터뷰> 이미선 / 한국 관광객
“한국 사람이어도 널리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귀무덤 가까이에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신사를 본 뒤에 느낌은 어떤지 다시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신재혁 / 한국 관광객
“귀무덤에 대해서 애도의 마음으로 자리를 선정했다기보다는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전리품처럼 해놓은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안 좋고요.”
인터뷰> 이미선 / 한국 관광객
“바로 옆이거든요. 바로 옆에. 진짜 소름 끼치는 것 같아요.”
약 9m 넓이의 귀 무덤은 코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잇달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별다른 성과 없이 전쟁이 계속되자 조선인의 귀는 물론 코까지 베어 전리품으로 바치도록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교토에 만들어놓은 귀무덤은 일본 곳곳에 만들어놓은 귀무덤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큽니다.
인터뷰> 한수민 / 고려대 일문학과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관광을 많이 오지만 이곳에는 잘 안 오잖아요. 패키지에는 이런 곳을 잘 들리지 않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앞으로 이런 곳에 역사 의식을 갖고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최승일 / 강원대 일본학과
“얼마나 참혹하고 힘든 것이었는지 깨닫게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조선인의 귀와 코 가운데 일부는 경남 사천시로 옮겨졌지만 완전한 이장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
그동안 한 일본인 개인이 한국에 사죄하는 심정으로 3대째 이 무덤을 관리했으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관심 밖의 일처럼 방치만 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백승옥 학예연구실장 / 국립해양박물관
“관리할 필요성도 있고, 그것을 교육, 홍보해서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슬픈 역사인 조선인 귀무덤, 뼈저린 역사의 교훈으로 삼으려면 더이상 방치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적절한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일본 교토에서 국민리포트 김순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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