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건축설계 일을 하며, 부부는 열심히 튼튼한 삶을 지어왔다. 뜨거웠던 인생의 여름. IMF라는 태풍을 만나기 전까지는. 흔들리고 지친 서로의 모습을 보고 결심했다. “멀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그렇게 부부는 강릉으로 향했다.
2. 3개월에서 시작해 16년이 된 산골살이
- 과감히 도시를 떠나왔지만 온전한 쉼은 아니었다. 40대였으니 ‘한 참 일할 나이엔 일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작은 건축설계사무소를 내고 강릉시 내에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편 신명섭(56) 씨는 틈틈이 제2의 삶을 설계할 궁리했다. 그러다가 덜컥 산속 땅을 사버렸다. 직접 딴 송이버섯 라면을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남편은 아내 몰래 송이가 나는 산을 사버린 것이다. 남편의 충동적인 행동에 아내 이미숙(55) 씨는 할 말을 잃었다. 남편은 말했다. “3개월만 들어가서 살아봅시다”
- 자연 속에서 시작된 3개월의 산골살이는 부부에게 온전한 쉼과 여유를 안겨주었다. 도시의 편리한 아파트를 좋아했던 아내 미숙 씨도 나무와 꽃, 새와 나비를 바라보며 눈 뜨고 눈 감는 자연의 집이 좋아졌다. 친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날 “저쪽에 방 하나 남는 거 뭐해? 민박 한번 해봐.” 스쳐 지나가던 그 한마디가 마음에 꽂혔다. ‘용돈벌이나 좀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민박집은 한 해 두 해 지나며 숙박형 농장으로 거듭났다. 3개월에서 시작해 어느덧 16년째 여름을 맞고 있다.
3.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나이! 방학 맞은 어린이처럼 살자
- 아침에 눈을 뜨면 부부는 초록 잔디가 깔린 정원을 한 바퀴 돌며 하루를 시작한다. 반려묘, 반려견들의 아침밥 먼저 챙겨주고 부부가 좋아하는 특별한 커피를 즐긴다. 마치 시골 어르신들이 콩을 갈듯, 맷돌로 직접 커피콩을 갈아서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신다. 부부의 맷돌 커피는 농장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좋아하는 아내 미숙 씨는 농장 곳곳을 해와 달을 주제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책을 좋아하는 장서가이기도 한 남편 신명 씨는 폐차장에서 사 온 낡은 대형 버스 3대를 개조해 ‘책 버스’로 꾸며놓았다. 수영장과 온실 정원, 카페와 다양한 체험장까지 갖춰진 농장. 지난 16년 동안 힘든 날도 많았지만, 부부는 그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미루지 말고 마음껏 해보기로 했다. 비가 오면 온실 정원 안에서, 밤이 되면 모닥불 앞에서. 좋아하는 단골손님들과 친한 이웃들과 함께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처럼 즐겁게 살고 있다.
4. 에필로그
16년 전엔 몰랐다. 3개월의 인생 휴가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이토록 고마운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저 하루하루 충실하게 가꿔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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