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1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입니다.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분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정한 날인데요.
그런데, 잘 관리돼야 할 현충시설이 훼손돼 있거나, 주변에 쓰레기가 널려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홍정의 국민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내용]
지난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을사늑약을 강제체결하자 스스로 자결해 그 부당성을 알린 순국지사 민영환.
2천만 동포에게 남긴 유서는 이후 일제에 항거하는 의병투쟁에 기폭제가 됐습니다.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그분의 동상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 남아 있는 옛 우정총국 자리 주변에 세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동상 관리 상태는 한마디로 엉망입니다.
동상 주변을 노숙인들이 차지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노숙인들의 짐은 물론 쓰레기까지 널려 있어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순국선열들을 기리기 위한 현충 시설 허술한 관리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919년 전북 익산 4.4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일본 헌병에 의해 두 팔이 잘린 채 숨져간 문용기 선생
그분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추모 공원이 조성됐지만 순국열사비 일부가 심하게 훼손돼 있습니다.
또 공원을 둘러싼 울타리 주변에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습니다.
전주에 위치한 3.1운동 만세 기념비도 마찬가지, 전주지역 학생과 주민들의 항일독립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곳에 세워졌지만 주변에는 상인들이 갖다놓은 물품이 쌓여 있고 쓰레기로 가득합니다.
인터뷰> 이진호 / 전주시 완산구
길을 가다 문득 보면 현충 시설인지도 잘 모르겠고, 최소한 울타리라도 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제는 현충 시설로 지정돼 있지 않은 순국선열 추모 공간은 관리가 더 허술하다는 점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유학자이자 전주지역 항일 투쟁을 이끌었던 최병심 선생의 사당과 묘소는 흉물처럼 변한 채 방치돼 있습니다.
제가 나와 있는 이곳은 금재 최병심 선생을 모신 사당입니다.
사당은 이처럼 곳곳이 훼손돼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인터뷰> 박준현 / 전주시 덕진구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을 기리는 곳인데 이렇게 방치된 모습을 보니 너무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현재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현충 시설은 전국적으로 모두 2천 곳
하지만 상당수 현충 시설과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한 추모 공간이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겁니다.
정부의 관리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시민들의 무관심도 문제입니다.
올해로 일흔 한번째 맞는 '순국선열의 날'이 무색하기만 합니다.
국가보훈처는 관리에 문제가 있는 현충 시설 문제와 관련해 홈페이지에 관련 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신고를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손순욱 사무관 / 국가보훈처 나라사랑정책과
현재 현충 시설이 일부 부실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국가보훈처에서는 앞으로 법령 재개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현충 시설이 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숨져간 순국선열들, 그분들을 기리기 위한 현충시설을 방치하고 있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우려됩니다.
국민 리포트 홍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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