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차연 앵커>
장애인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며 그 분야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발달장애인이 고궁에 얽힌 역사를 소개하며 관람객과 소통하는 가이드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직무 개발 프로젝트로 시작한 건데요.
느린 창덕궁 여행가이드, 오옥순 국민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오옥순 국민기자>
(창덕궁 / 서울시 종로구)
고즈넉한 평일 창덕궁.
발달장애인 해설사와 함께하는 특별한 고궁 여행이 시작됩니다.
현장음> 김주희 / 관광 가이드
"저 앞에 (있는) 층계에 누가 앉으셨을 것 같나요?"
현장음>
"왕이 앉았을 거 같아요"
현장음> 김주희 / 관광 가이드
"맞습니다, 왕께서 앉았어요. 두 가지로 불린답니다. 용상 또는 어좌라고 한답니다."
조금은 느리지만 해설 한마디 한마디에 고궁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묻어납니다.
현장음> 김주희 / 관광 가이드
"여기 보면 무엇이 있나요?"
현장음>
"<일월오봉도>가 있어요"
현장음> 김주희 / 관광 가이드
"맞습니다, 왕께서 계신 곳에는 늘 이 그림이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은 창덕궁의 역사와 특성을 또박또박 조리 있게 풀어내는 발달장애인 가이드의 설명에 빠져듭니다.
인터뷰> 방서은 / 서울시 영등포구
“투어에 참여하기 전에는 저도 모르게 약간 편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투어를 듣고 나니까 제 생각이 짧았구나 싶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청기와 건물인 선정전의 지붕 설명에서 낙선재 이야기까지.
현장음>
"지붕 쪽과 기둥에는 다섯 가지 색깔로 정말 예쁘게 칠해져 있는데요. 이것을 단청이라고 합니다. 빨강, 노랑, 검정, 흰색, 파랑 이렇게 해서 단청인데요."
창덕궁 안 1km의 코스를 다양한 이야기로 채워가며 가이드 역할을 완벽하게 해냅니다.
인터뷰> 김서영 / 서울시 영등포구
“저는 창덕궁 방문이 처음인데요. 가이드를 모르고 왔는데 발달장애인 가이드분이라고 하셔서 정말 놀랐고, 더 놀랐던 것은 설명을 너무 잘해주셔서 저도 모르게 투어 내내 (창덕궁 관람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김주희 씨는 현직 관광 가이드와 안내 해설사 등으로부터 6개월간 교육을 받았는데요.
김주희 씨는 남들보다 느리긴 하지만 강도 높은 훈련과 수없이 반복해서 외우고 피나는 노력으로 창덕궁 해설사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그는 창덕궁에 담긴 이야기 시험에서 만점을 맞으면서 해설사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주희 / 관광 가이드
“일단 꿈만 같고 제가 늘 꿈꿨던 일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설레고 행복합니다.”
(남산골 한옥마을 / 서울시 중구)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느린 투어는 창덕궁에 이어 다음 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도 운영됩니다.
현장음>
"안녕하세요? 가이드쿱에서 진행하는 남산골 한옥마을의 투어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는 한옥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는 김근우라고 합니다."
한옥마을 가이드로 활동할 김근우 씨는 대사를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지도 교사로부터 꼼꼼하게 해설사 지도를 받으며 관람객을 맞을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인터뷰> 김근우 / 관광 가이드
“처음에 여기 왔을 때 외울 게 많고 대본 읽기도 힘들었는데 그래도 관광객들에게 배운 걸 설명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장애인 가이드와 함께하는 느린 투어는 보건복지부와 복지관, 꿈 앤 컴퍼니, 가이드 쿱이 2년여 준비를 거쳐 처음 선보인 건데요.
전국 각 지역의 관련 기관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호기헌 / 가이드 협동조합 이사장
“이 사업은 발달장애인 분들의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발달장애인들이)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함으로써 여행 업계에 새로운 일자리로 편입할 수 있고 또 이걸 듣는 참가자 입장에서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인식개선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촬영: 이홍우 국민기자)
이제 첫발을 내디딘 느린 투어가 뿌리를 내리고 전국의 관광 명소로 확산돼 발달장애인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다양해지기를 기대합니다.
국민리포트 오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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