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초·중·고등학교와 아동복지시설에 전문 예술 강사들을 파견해 음악과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발레리나 강수진, 지휘자 정명훈 등 유명예술가들도 명예교사로 학생들을 지도해주고 있습니다.
입시위주 교육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들과 소외계층 아동,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을 받고 꿈을 키워가고 있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강명연 기자.
우리가 학교 다닐때는 교과과정 속에 있는 음악과 미술이 예술 교육의 전부였잖아요.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벗어나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을 시킨다는 취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이 이뤄지나요?
문화예술교육은 현재 전국 4천 8백개에 달하는 학교와 300여개사회 단체에서 모두 4천여명의 전문 예술강사가 국악과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데요, 2000년 국악으로 시작해서 2002년 연극, 2004년에는 영화를 포함시켰구요,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면서 무용,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지난해에는 미디어, 디자인, 사진까지 그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전문예술강사를 통한 교육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최근 내한한 뉴욕 필하모닉이 선진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전수하고 갔다고요, 큰 도움이 됐겠군요.
사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문화 예술 교육이 좀 늦게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에는 세계 3대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인 뉴욕 필하모닉의 교육부서 관계자들을 초청해 선진국의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배워보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겠습니다.
인천에 위치한 소규모 공연장에서 피아노와 비올라로 연주하는 거위의 꿈이 울려퍼집니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교육 담당부서 예술강사인 피아니스트 홍지혜씨와 비올리스트 데이빗 월리스씨가 뉴욕필의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시연하는 자리입니다.
이날 워크샵에는 초등학생과 학부모, 예술강사 등 모두 1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수업 방식과 똑같은 수업이 시작됩니다.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살면서 불공평 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언제인지 또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어떨지 묻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불공평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거침없이 이야기 합니다.
이어 아이들이 이야기한 순간들을 연주자가 다양한 변주를 가미해 새로운 느낌으로 표현해 냅니다.
나만의 클래식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어 다른 작곡가들은 이 곡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들어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실어 클래식을 듣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노현아 / 초등학교 5학년
“불공평해를 통해서 사람의 감정으로 음악을 나타낸다는게 인상적이었어요.”
심효정 / 초등학교 5학년
“평소에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듣게되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교육 프로그램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습니다.
파트너쉽을 맺은 학교에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된 예술강사들을 파견해 학생들로 하여금 음악의 즐거움을 깨닫게 합니다.
테오도르 위프러드 / 뉴욕필하모닉 교육부서 디렉터
“우리는 예술교사 수업을 통해 우리 오케스트라의 미션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좋은 음악을 사람들에게 매일 제공하는 겁니다. 우리의 음악을 통해서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해냈고 그것을 매개로 학생들이 또 다른 음악에도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되는 것입니다.”
뉴욕필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동시에 음악에 접근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음악 전공자가 아니더라고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것입니다.
int> 데이비드 월리스 / 뉴욕필하모닉 교육부서 수석 교사, 비올리스트
“우리는 모든 사람이 음악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관객들을 연주자로, 작곡가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참여시켜서 관객들이 음악가처럼 음악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를 통해서 음악이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닌 머리로 들어가도록 돕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홍지혜 / 뉴욕필 교육부서 예술강사, 피아니스트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난 뒤에 정말 많은 반응이 옵니다. 그 수업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들이 악기 연주를 얼마나 좋아하게 됐고, 연주를 더 잘하기 위해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는 그런 반응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음악가를 직접 가까이서 만나고 함께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고 매우 특별하게 생각합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는 교향악단 같은 유명 예술 단체들이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행하는 전담부서가 대부분 마련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가들로부터 직접 예술 교육을 받는다...
우리로써는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향악단이나 사물놀이패 같은 곳에서 학교나 지역을 찾아가서 아이들을 가르쳐 주기도 있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가 조금씩 자리잡아 가고 있는 단계인데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예술가들을 전국의 학교와 보육원, 지역아동센터에 파견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날 뉴욕필의 시연이 이어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사물놀이 공연도 있었습니다.
함께 보시죠.
초등학교 6학년생 6명으로 이루어진 사물놀이패의 공연이 시작됩니다.
장구와 북, 꽹과리와 징을 치는 어린이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뉴욕필의 관계자들도 이들의 공연을 진지하게 보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데이비드 월리스 / 뉴욕필하모닉 교육부서 수석 교사, 비올리스트
“우리가 뉴욕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비슷한 교육 프로그램이 한국에도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국악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전에도 국악을 들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장단으로 구성되는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국악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그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은 안양시의 한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로 재작년부터 국악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20여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님으로부터 국악에 필요한 호흡과 발성법을 배웁니다.
또 손과 몸을 이용한 장단 맞추기를 통해 우리 전통 장단을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익힙니다.
그리고 컵을 이용한 난타를 통해서 박자감각과 팀워크를 배웁니다.
이어 본격적인 사물놀이 실습시간.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저마다 맡은 악기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어깨가 들썩입니다.
집안 환경이 썩 좋지 않아 늘 자신감이 없었던 이 아이들은 사물놀이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김소영 / 초등학교 6학년
“국악을 배우면서 장구를 치니까 스트레스도 풀리고 음악시간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 음악을 배워서 좋아요.”
윤지민 / 초등학교 6학년
“여기서 꽹과리, 북, 징 같은 악기를 배우고 학교에 가니까 학교에서 장구 장단 칠 때 아는 거니까 자신감도 훨씬 많아지고요, 친구들 앞에서 아는 척도 할 수 있어요.”
지난 2년 동안 국악을 가르치면서 가장 큰 성과는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 것이라고 교사는 말합니다.
최현주 / 국악 예술강사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건 아이들 눈빛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고 누구에게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자기가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존감과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예술교육의 가장 큰 효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크게 학교와 사회 두가지로 나뉘어 지는데요, 방금 보신 것처럼 지역아동센터나 보육원은 사회분야로 분류되고요, 학교에서는 방과후 학교 등을 이용해 교과과정 위주로 진행됩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바뀐다는 말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예술은 삶을 변화시킨다”라는 말이 생각나는데요, 방금 본 것처럼 예술 강사들이 학교를 찾아가는 것 외에도 유명 예술인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예술 강사 제도는 현재 명예교사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함께 문화예술 분야의 유명인들을 명예교사로 위촉해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자이너 김영세씨의 강연이 있었는데요,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디자인 올림픽 행사의 하나로 디자이너 김영세씨의 강연이 마련됐습니다.
수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고등학생 60여명이 특별 관객으로 초청됐습니다.
김영세씨는 ‘디자인은 나눔이다’라는 주제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있는 사고와 창의적인 상상력을 펼쳐나가길 바란다고 학생들을 격려했습니다.
김영세 / 디자이너, 이노디자인 대표
“미래는 창의자들이 지배합니다. 더 이상 남들이 해놓은 것을 뺏거나 싸워서 이겨서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파이터보다는 크리에이터가 세상을 지배할 것입니다. 남들을 위해서 나의 아이디어로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나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고 나의 국가를 열어줄 것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열어줄 것입니다.”
이날 강연에 초청된 학생들은 김영세씨가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선물 받는 행운도 누렸습니다.
김지은 / 중학교 2학년
“김영세 디자이너가 막히는 차 안에서 갑자기 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자세하고 멋있었던 것에 감동받았고요, 그것을 3D로 다시 제작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오선종 / 고등학교 1학년
“일상생활에서 작은 부분도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들어있다는데 놀랐구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기술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됐어요.”
학생들은 강연이 끝난 뒤 세계 디자인 문화전과 월드 디자인 마켓 등 전시장을 둘러보며 교실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합니다.
디자이너의 강의를 들은 뒤라 학생들은 사소한 물건 하나도 꼼꼼하게 살펴보며 그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또 전 세계의 기발하고 다양한 디자인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그려보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신진섭 / 고등학교 1학년
“미래에 대해서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고요, 미래적인 부품이나 제품을 보니까 상당히 미래는 편안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시대를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화예술 명예교사는 정부의 일방적인 임명이 아닌 학교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선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프리마돈나 강수진씨나 초등학생들이 만나고 싶은 인물로 뽑은 난타 제작자인 송승환씨,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씨 등 각분야의 내로라 하는 인사 17명이 명예교사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12월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명예교사 수업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지금의 나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자리에 오른 유명인사들로부터 그들도 나와 같은 청소년기가 있었고 꿈 때문에 똑같은 고민을 했던 때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더 큰 꿈을 꾸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꿈과 희망이잖아요.
학교나 가정에서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채우는 데 명예교사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동기부여가 될 때가 많은게 사실이죠?
우리 청소년들에게 문화적 소양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과 함께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명예교사 프로그램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강사 프로그램과 명예교사가 확대돼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리길 기대해 봅니다.
강명연 기자, 수고했습니다.
(KTV 한국정책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ch164, www.ktv.go.kr )
< 저작권자 ⓒ 한국정책방송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