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민족이 있죠.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 인데요.
이들이 지난 21일, 우리나라를 찾아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찌아찌아족을 동행취재한 이정연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이정연기자! 찌아찌아족의 한국 방문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먼저 찌아찌아족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된건가요.
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소수민족인데요.
이들은 고유어인 찌아찌아어로 말하지만, 정작 이 언어를 표기할 문자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 찌아찌아 사람들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하면서 이제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학생들이 한글로 된 교과서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민족이 한글을 사용하는 건 찌아 찌아족이 처음인데요.
이번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건 한국에서 많은 추억을 담아가는 좋은 기회가 됐겠네요.
그렇습니다.
찌아찌아족의 방한은 한글과 더불어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이들의 일정을 함께했습니다.
지난 21일, 찌아찌아족이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인도네이사 부톤섬에 사는 찌아찌아 사람들은 지난 8월,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했습니다.
배와 비행기를 타고 한글의 고국인 한국에 오기까진 20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설렘과 기대감으로 피곤함은 잠시 잊었습니다.
서울시와 훈민정음학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찌아찌아족에 대해 국내외 관심은 무척 뜨거웠습니다.
밤을 새워 준비한 한국말 자기소개는 방문하는 곳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끌어냈습니다.
국어 교과서에 있는 작품도 함께 읽어봅니다.
한글로 쓰인 한 구절을 또박또박 읽어내려 가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찌아찌아족 학생들이 한글을 배운 건 불과 4개월.
사용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한글을 금세 익혔습니다.
현재 이 학교 학생 10명중 7명은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습니다.
소리나는 대로 쓰고 글자 수가 많지 않아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수빈 / 상암고 2학년
“4개월만에 배울 수 있을 만큼 쉽다는 게 자랑스럽다.”
과학 수업에선 나일론을 만드는 실험도 함께 합니다.
서툴지만 한국말로 얘기를 나누면서 한국 친구들과 우정을 쌓아갑니다.
김명선 / 상암고 2학년
“바우바우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손에서 캠코더를 놓을 줄 모릅니다.”
학교 구석구석을 돌면서 느낀 교육 열기를 하나라도 놓치새라 촬영에 분주합니다.
알리프 타시라 / 바우바우시 제6고등학교장
“상암고등학교를 다시 방문해서 우리학교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지 연구하고 싶다.”
형형색색,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거리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껏 들뜬 시민들.
서울도심의 야경은 찌아찌아족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습니다.
높은 건물 벽 전체를 수놓은 빛의 물결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미룰 타밈 / 바우바우 시장
“한국의 기술력이 너무나 놀랍다.”
조명 예술이 만들어낸 빛의 축제는 매서운 겨울 추위도 잊게 했습니다.
열대 지방에서 온 찌아찌아족에게 영하의 기온은 낯설법도 하지만, 어느새 한국의 겨울에 매료됐습니다.
눌딘 / 찌아찌아족 족장
“한국이 영하 7도까지 내려간다는 소식을 들어서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 열대기후에서 생활하는 찌아찌아족은 단 한 번 도 추운 날씨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한국에 도착해서 날씨에 잘 적응하고 있다.”
다음날 오전, 찌아찌아 사람들은 한글 창제자인 세종대왕을 만났습니다.
이 특별한 만남을 보도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엔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낭낭한 목소리로 훈민정음을 읽어내려가는 순간.
민족의 고유어를 표기할 글자가 없었던 찌아찌아 사람들에겐 그저 감동입니다.
삼시르 / 찌아찌아족 학생
“한글을 창조하신 세종대왕이 너무 놀랍고,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세종이야기 기념관에선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를 듣습니다.
기존에 로마자나 아랍어가 적지 못했던 찌아찌아어 소리를 기록할 수 있는 한글.
찌아찌아족은 음의 손실 없이 표기가 가능한 문자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전태현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장
“한글은 거의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다. 세계의 자랑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찌아찌아어와 찌아찌아족 역사를 지킬 한글에 대한 애정도 커졌습니다.“
비드리아나 / 찌아찌아족 학생
“한국인들의 열정과 발전상이 굉장히 놀랍다. 인도네시아에 돌아가면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할 계획이다.”
찌아찌아족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 도시 간 교류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코리아 센터 건립은 물론, 한국어 교사 양성 등 한글 교육 지원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아미룰 타밈 / 바우바우 시장
“한글이 찌아찌아 지역의 현지어로 완전히 정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
한 민족에게 언어는 역사와 문화를 담는 그릇입니다.
한글과 한글의 나라 한국을 알아가고 있는 찌아찌아 사람들.
이 작은 한글마을이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잇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말은 있어도 문자가 없었던 민족에게 한글이 얼마나 소중하겠습니까.
방문단 9명의 일정을 보니까, 오는 26일까지 머문다고요.
이들의 한국 방문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죠.
네, 매년 한글날이 되면 한글의 우수성과 소중함이 조명되곤 하는데요.
한글이 세계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글을 홀대해서는 안되겠죠.
또 세계 더 많은 말들이 한글로 표현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뤄져야 하겠습니다.
전 세계 많은 언어들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죠.
한글의 우수성에 국내외 시선이 모아지는 만큼 한글이 세계에 우뚝 서는 그날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정연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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