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볼음도 갯벌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철새의 서식지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오래 전 설치된 나무 말뚝인 '말장'과 '그물'이 갯벌에 방치돼 자연 훼손과 안전 문제가 심각한데요.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말장 제거 작업에 나섰습니다.
그 현장을 고동준 국민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고동준 국민기자>
(장소: 볼음도 / 인천시 강화군)
해무 낀 갯벌을 달리는 마라토너.
힘찬 발걸음이 볼음도의 아침을 엽니다.
현장음>
"이성기, 이성기!"
갯벌에는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건간망이 길게 뻗어 있습니다.
3~4 간격으로 세운 말장과 그물망 위로 갈매기와 저어새가 반기듯 날아오릅니다.
고동준 국민기자
"트랙터를 타고 40분 정도 갯벌 위를 달려왔는데요."
건간망 안쪽에서 물고기를 굴뚝망으로 몰고, 큰 고기는 뜰채로 건져 올립니다.
상품성 있는 고기는 종류별로 담고, 어린 물고기는 갯골로 흘려보냅니다.
수백 마리 갈매기가 물고기를 낚아챕니다.
인터뷰> 임영호 / 인천 강화군 볼음도 주민
"허리에 벨트 차고 그레를 끌고 당겨야지 딸가닥하는 감각이 와요."
자원봉사자들은 백합을 캐는 그레질 체험을 합니다.
인터뷰> 배영후 / 자원봉사자
"바다에서 백합 보석을 잡았는데요. 땅에서 걸리는 게 로또 당첨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러지고 파손된 채 방치된 말장은 갯벌의 복병입니다.
현장음> 이춘성 / 자원봉사자
"딱 걸려서 파면 (조개가) 나와요∼"
배에서 내린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트랙터에 올라 갯벌 안으로 달려갑니다.
30여 분 들어가자 넓은 갯벌 곳곳에 박혀있는 나무 말뚝 이른바 말장이 눈에 띕니다.
인터뷰> 장정구 /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
"예전에 (한강에서) 얼음이 한 번 (말장을) 밀고 내려 왔을 때 큰 것들은 전부 다 잘렸어요. 유실된 거죠. 작은 것만 갯벌에 파묻혔다가 갯벌이 깎이면서 드러난 상황입니다."
그물을 고정하기 위해 갯벌에 4m 간격으로 설치해 놓은 나무 말뚝 수백 개는 족히 넘어 보입니다.
고동준 국민기자
"자원봉사자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나와 더운 날씨에 말장들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갯벌 깊숙하게 박혀있는 말장을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요.
말장 하나하나, 고압 분사기 물로 주변 흙을 걷어낸 뒤 자원봉사자들이 힘겹게 뽑아냅니다.
부러지고 밑동이 썩은 말뚝은 갯벌에 박혀 있던 시간이 꽤 길었음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한은실 / 자원봉사자
"많이 고생하고 아프게 한 앓던 이가 뽑힌 느낌이에요. 아주 시원합니다."
인터뷰> 이영숙 / 자원봉사자
"뽑아 놓은 것을 제가 옮긴 수준이지만, 하나라도 옮겨서 제거하는 작업에 참여했다는 게 좋습니다."
인터뷰> 최경숙 / 자원봉사자
"(갯벌) 입자가 너무 고와서 부드러운데 촉촉하고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분사기를 든 주민과 호수를 잡아끄는 자원봉사자들이 다음 말장으로 옮깁니다.
말장을 뽑아 올리고 말뚝에 걸려있는 폐그물망과 밧줄을 낫으로 끊어 냅니다.
트레일러에는 어느새 뽑아낸 말장과 폐그물이 가득합니다.
바닷물이 밀려 나간 동안 2시간 작업으로 200여 개의 말장을 제거했습니다.
인터뷰> 차주열 / 인천 강화군 볼음도 주민
"저와 (말장을 함께) 뽑아주면 줄 잡아주는 사람에 자르는 사람도 (있고) 얼마나 좋습니까? 이런 날이 없었어요. 앞으로 더 와서 도와주십시오."
곳곳에 박혀 있는 오래된 말뚝과 그물은 갯벌 환경은 물론 주민들의 생업도 방해하고 있는데요.
넓은 볼음도 갯벌엔 미처 다 치우지 못한 방치 말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장정구 /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
"볼음도의 백합만 생각하지 마시고 섬을 지키며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주민들도 같이 있음을 알아주시면 좋겠고..."
2000년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된 국가 자연유산이자 멸종위기 철새와 해양 생물이 서식하는 볼음도 갯벌을 보존하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국민리포트 고동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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