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금수강산, 아름다운 우리 국토를 떠나는 여행.
생각만해도 설레는 일이 아닐수 없는데요.
외국 문화예술인들이 한국의 멋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통 마을에서 1박 2일의 체험여행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특별한 여행에 취재기자가 동행했는데요.
이정연 기자!
모 방송사의 쇼프로그램인 1박2일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우리 전통마을에서 1박2일을 보냈다는 것은 그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을것 같아요.
이번 행사는 어떻게 이뤄진 건가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31개국에서 76명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국내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데요.
각국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국립민속, 어린이박물관과 지자체가 함께 마련한 자리입니다.
외국인들의
전통마을 방문하면 지난 1999년, 한국을 방문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던 걸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 외국문화예술인은 어딜 찾았나요.
네, 방문지는 우리나라의 대표 전통마을이자 유교 문화의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경북 봉화마을인데요.
영화 워낭소리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경북 봉화마을, 그곳에서 소중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외국인들의 1박2일을 함께 했습니다.
한국문화를 배우고, 느끼기 위해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
그간 서울의 주요 문화예술기관에서 연수를 받아왔던 20개국 35명의 문화예술인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버스에 몸을 실은 이들의 얼굴엔 설렘과 기대감이 잔뜩 묻어납니다.
이들을 실은 버스가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자 차창밖으로 누렇게 익은 황금들녁과 가을풍경이 펼쳐집니다.
버스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경북 봉화의 한 마을.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 같다고 닭실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안동 권씨의 집성촌인 닭실 마을에서 볼 수 있는 한국적인 멋과 고즈넉한 정취는 숨막힐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권종목 / 안동권씨 종손
“지금도 여기만 40호 정도 됩니다. 다 혈맹이어서 지금도 유교행사 이어가 고 있습니다.“
물위에 거북이가 떠 있고 그 위에 정자가 놓인 형상을 하고 있는 청암정.
이들은 오랜 세월 풍상을 견뎌낸 정자 앞에서 한국의 풍류와 멋을 느낍니다.
빅토리아 피리 / 잠비아
“‘청암정’이 500년 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오래된 문화가 이렇게 잘 보존되어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정자 마루에 신을 벗고 올라가 예법을 익히는 시간도 가져봅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큰 절을 해보지만, 익숙지 않은 동작에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한복을 입을 때 대님이나 고름을 매는 건 아직 어색하지만, 설명을 놓치지 않으려고 진지한 분위기입니다.
사르바망갈라 구바나 / 인도
“인도에도 비슷한 절 문화가 있어서 큰 절 배우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한국 문화와 예법을 배우는 게 무척 즐겁습니다.”
500년 간 전통적인 방법으로 한과를 만들어온 닭실 마을에 왔으니 한과 맛보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쌀로 만든 반죽에 고물을 입혀 직접 만들어 본 한과는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가세미 모하메드 / 이란
“한과가 꼭 솜사탕 같아요... 아주 달콤하고 맛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로도 손색이 없겠네요.”
어느덧 해가지고, 어둑해진 닭실 마을은 축제 분위기가 됐습니다.
신명나는 장단에 맞춰 걷는 황소도 관객들의 흥을 돋웁니다.
중요 무형문화재 69호인 하회 별신굿 탈놀이 공연에 너나 할 것 없이 푹 빠져듭니다.
할미탈부터 이매탈까지.
인간의 희로애락을 실감나게 나타낸 탈을 쓰고, 덩실덩실, 탈춤솜씨도 뽐내봅니다.
부 티 하 / 베트남
“탈춤은 두 번째예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처음 탈춤을 춰봤어요. 움직임이나 탈춤을 잘 못춰서 아쉽지만, 아주 신나요.”
한바탕 놀이마당이 끝나고, 어느 덧 취침 시간이 됐습니다.
마을 안에 있는 96번지 집이 하룻밤 숙소입니다.
손님을 맞기 위해 군불을 지피는 할아버지의 넉넉한 인심.
타닥타닥 장작타는 소리와 나무타는 냄새, 따뜻해져가는 아랫목...
한국생활이라고 해봐야 서울에서 보냈던 것이 고작인 외국인들에게 전통 한옥에서의 하루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앤드류 드로드버/ 자메이카
“밑에서 불을 피우면, 집안에 있는 사람이 따뜻해지고, 연기는 밖으로 나간다는 거예요. 이 불로 물도 끓고 데워진다는 게 정말 놀랍고 흥미롭네요.”
따뜻한 방에 둘러 앉아 밤 늦도록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닭실마을의 하룻 밤도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이방인의 마당쓰는 소리에 봉화마을이 깨어납니다.
일본에서 온 사토시가 마당을 쓸며 봉화마을에서 첫 아침을 엽니다.
아침 식사시간.
고슬고슬한 밥을 짓고, 손님들 입에 맞게 안 맵고, 덜 짠 반찬을 만드느라 할머니가 새벽 다섯시부터 차린 시골 밥상입니다.
김치부터 오징어볶음, 소고기국까지.
깊은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앞에 외국인들의 젓가락질이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나타퐁 프라덤짠 / 태국
“아주 맛있어요. 우리 태국 음식과는 다르지만, 매일 먹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특별히 와인을 준비해, 축배도 들었습니다.
김성완 / 봉화군 유곡리
“다 사랑스럽고, 안 잡수면 속상하고, 잡수면 고맙고..”
한솥밥을 먹고 나니 금세 아쉬운 작별입니다.
노부부는 골목 어귀 모퉁이를 돌 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운함을 달래봅니다.
권 규 / 봉화군 유곡리
“섭섭하지만 잘 지내고...”
닭실마을에서의 1박 2일로, 외국인들은 한국의 인심과 훈훈한 정을 느꼈습니다.
다음달 말, 자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일상생활에 녹아든 한국의 전통 문화는 한국을 남다른 국가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나타퐁 프라덤짠 / 태국
“할아버지, 할머니 정말 좋으신 분이었어요. 저희를 환대해주신 것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최로만 / 카자흐스탄
“아이 때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갔던 것 같은 감동을 받았어요. 고향에 돌아가서
우리 직원한테 말할 겁니다.”
경북 봉화 닭실마을엔 지난 한해 5만명의
내외국인이 방문했습니다.
닭실마을에서 1박 2일 체험을 한 외국의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본국에 가서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선다면, 한국의 지역 관광 활성화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겉으로 훑는 답사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생활을 체험하는
게 문화를 제대로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죠.
그렇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봉화 닭실마을 외에 의성 사촌마을과 안동 가일마을 등에서도 전통마을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14, 15일 동안 이뤄지는 안동 가일마을 체험은 오는 26일부터 접수 받습니다.
그렇군요.
앞으로 특색있는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개발되어서 국내외에서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이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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