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의 핵심동력인 기술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현장 연구자들의 노력은 올 한해도 어김없이 계속됐는데요.
현장포커스, 오늘은 2009년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총결산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이해림 기자! 비록 절반의 성공으로 남았지만, 올 한해 큰 성과를 거둔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꼽으라면, 우리 기술로 최초로 쏘아올린 나로호가 떠오르는데, 어떻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우주 발사체 나로호.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그 감동과 안타까움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요, 나로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성과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띠는 몇 가지 연구사례를 살펴봤는데요,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탁 트인 조망권을 자랑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
하지만, 대형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초고층 건물에 사용되는 고강도 콘크리트가 원인인데, 불이 나면 열에 견디는 내화 성능이 급격히 떨어져, 심할 경우엔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불에 강한 안전한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기존 콘크리트에 두 가지 유기섬유를 혼합해 만든 '불에 강한 고성능 콘크리트'로, 청주대학교 한천구 교수팀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했습니다.
한천구/청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고강도 콘크리트 내부에 물을 함유하고 있는데 불이 나면 수증기 배출이 안되서 불이 나면 폭발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폭렬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든지 수증기를 빼내야겠는데...”
실제로 기존에 사용하던 고강도 콘크리트와, 한 교수팀이 개발한 유기섬유가 혼합된 콘크리트가 반반씩 들어간 가정집 모형을 불에 태워봤습니다.
기존 콘크리트는 시간이 갈수록 시커멓게 변하면서 철근까지 드러났지만, 섬유가 혼합된 콘크리트는 상대적으로 원형이 잘 보존됐습니다.
한교수팀의 콘크리트는 불에 타면 내부의 섬유가 먼저 녹아 수증기가 빠져나올 통로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열에 의해 콘크리트가 터지는 이른바 '폭렬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한천구/청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이건 (수증기가) 배출이 안되서 터져나온거고, 이것은 배출이 원활하게 됐으니까 면이 깨끗하게 그냥 있는 것이죠.”
특히 콘크리트에 0.1% 가량 들어가던 기존의 섬유량을 절반으로 줄여 비용 부담을 낮춘 것도 획기적인 성과입니다.
이미 원천기술에 대한 사용료를 받고 있는 한 교수팀의 이 공법은, 부산과 대구, 천안에서 현재 건설 중인 초고층 아파트에도 적용됐습니다.
콘크리트 연구에 매달린지 30년째.
하지만, 더 나은 성과를 거두기 위한 연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천구/청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우리나라도 100층 이상의 건물들이 많이 계획되어지고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강도는 점점 고강도가 됩니다. 고강도가 되면 될수록 불에는 점점 약해지게 되는데.. 더욱더 노력해서 더 작은 섬유량으로도 내화성을 갖추도록....계속 연구하겠습니다.”
사실, 초고층 건축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화재 등 안전관리 문제는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거든요, 화면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됩니다.
좋은 성과를 낸 국가 연구개발사업, 이번엔 어떤 내용인가요?
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종자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는데요, 특히 그 동안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았던 화훼산업이, 우리 기술로 만든 신품종을 내놓으면서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토종 국화 '백마'가, 국화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경남 거창 '백마' 재배단지 풍성한 순백의 꽃잎, 꽃잎의 색깔과 조화를 이뤄 더욱 돋보이는 녹심은,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농촌진흥청 임진희 박사가 개발한 '백마' 라는 품종의 국화입니다.
국화 종주국 일본에서 먼저 인정받으며, 일본 국화 최고품종인 '백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색감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한달 가까이 수명이 유지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임진희 박사 /농촌진흥청 '백마' 개발
“백선에 비해서 색도 하얗고, 볼륨있고, 녹심도 있고 절화수명도 상당히 긴 그런 장점으로 인해서 일본에서도 백마에 대한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4년에 개발을 마치고 농가에 보급된지 올해로 3년째.
그 동안 비싼 사용료를 지불하며 외국 품종의 국화를 키워왔던 농민들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서기부/거창화훼영농법인 '백마' 재배
“(해외 품종은)업체에서 받아서 써야되기 때문에 내가 맘대로 할 수 없는거지. 그래서 백마라는 품종이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죠. 우리로서는..”
사용료 걱정없는 토종 국화 덕에 농가 수익도 올랐습니다.
문 성/거창화훼영농법인 '백마' 재배
“외국품종을 썼을때 로얄티라든가 모종 구입비도 비싸요. 그런게 우리 백마을 재배했을 때 수입으로 올라가거든요 그렇게 따졌을 때 2.30% 이익이죠.”
국화 강국 일본을 추월하며 고부가가치 품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토종 국화.
하지만, 임 박사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임진희 박사 /농촌진흥청 '백마' 개발
“장기적이긴 하지만 백마와 같은 유색계, 황색이라든가 분홍색 계통 3색의 조화를 맞출 수 있는 그런 품종까지 개발할 계획입니다.”
현재 '백마'는 물량이 모자라서, 일본에서 선주문을 받아도 공급할 수 없을 정도 인기가 높은 상태인데요.
대규모 재배단지와 품질 규격화, 또 연중 공급만 가능하다면, 대표 수출 품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네, 국화 뿐만 아니라, 다른 우수한 국산 품종의 확대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사람 목숨 살리는 돼지'를 취재했다는데, 어떤 얘긴가요?
네,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하는 형질 전환 돼진데요,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가벼운 상처에도 피가 멈추지 않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혈우병.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이 혈우병의 치료제로 쓰이는 물질을 생산하는 돼지를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개발해냈습니다.
형질전환한 돼지의 젖에서, 지혈을 돕는 혈액응고인자를 찾아낸 겁니다.
현재도 혈우병 치료제가 있지만 고가여서 환자의 부담이 크거나, 저렴한 경우엔 감염 위험이 있어 기피하는 현실인데요.
따라서, 개발된 치료제가 상용화된다면, 의료비 부담의 감소 등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성우/농촌진흥청 '형질전환 돼지' 개발
“성공적으로 상용화된다면 기존에 있는 기존 혈우병 치료제에 더해서, 또다른 환자들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기회가 있는 장점이 있죠.“
임상실험 등 아직 남은 절차가 많지만, 연구진은 형질전환 돼지가 스무마리만 되도, 국내 혈우병 환자를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김성우/농촌진흥청 '형질전환 돼지' 개발
“원료 물질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게 가장 중요하구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형질전환 돼지 계통이나 반복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숙제들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불에 강한 콘크리트와 토종 국화 '백마', 또 혈우병 치료물질을 생산하는 돼지까지 모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의해 '올해의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으로 선정된 과제들입니다.
총 3만건이 넘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중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성과물입니다.
이기종/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본부장
“논문만의 성과가 아니고, 산업과 연계..원천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기업에서 관심가질만한 과제가 포함됐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정부는 오는 2012년에는 GDP의 5%를 연구개발에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내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됩니다.
이기종/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본부장
“R&D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기술.
산업현장의 변화를 불러올 첨단 기술을 탄생시키는 끊임없는 연구개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밑거름입니다.
이번에도 서울대학교가 연구개발 실적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선정됐는데요,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로 그 동안 소외됐던 지방 대학이나 규모가 작은 연구기관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네, 방금 시상식도 봤지만, 연구자들의 땀과 노력이 배인 연구개발사업의 성과들을 잘 알리고, 그 과실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해림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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