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좁은 지역에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피해도 크죠.
앞으로 날씨 예측이 더 구체적이고 정확해집니다.
기상청이 개발한 고해상도 수치예보모델이 지난 14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기 때문인데요.
김현지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날씨 예보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지 궁금한데요.
자세한 내용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 하종철 과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출연: 하종철 /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 과장)
김용민 앵커>
먼저, '수치예보모델'이라는 용어가 다소 낯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수치예보모델이 정확히 무엇이고, 또 어떤 기술적 원리로 만들어지는 건가요?
하종철 과장>
수치예보모델은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대기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즉, 기온, 바람, 습도 등을 방정식으로 표현해서 미래의 날씨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수치예보모델에는 또한 햇빛, 구름, 강수 등 다양한 자연 현상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알고리즘의 입력자료로 지상관측, 해양관측, 인공위성, 항공기 등 다양한 관측자료를 활용합니다.
그런데, 날씨는 전지구적인 영향을 받으므로 수치예보모델도 지구 전체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구의 대기를 수평으로 동서-남북 방향, 연직 위-아래로 쪼개서 박스형태를 만들어서 계산합니다.
이 박스를 격자라고 부르는데요.
이번에 개발된 8km 해상도 모델은 전지구를 동서-남북 각각 8km 간격, 연직으로는 91개층의 격자로 만들어 계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평으로는 약 790만 개, 연직을 고려하면 총 7억 2천만 개가 넘는 격자가 됩니다.
각각의 격자에서 기온, 바람, 습도 등을 계산해야 하므로 방대한 계산량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슈퍼컴퓨터 사용은 수치예보모델 운영에 필수적입니다.
김현지 앵커>
현재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운영중이시라고요?
자체 모델 운영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하종철 과장>
자체 수치예보모델 보유로 우리나라의 기상·기후 환경에 적합한 모델을 운영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체 수치예보모델이 없어 일본이나 영국 등의 수치예보모델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우리나라 기후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모델에 문제가 생겨도 바로 수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2011년부터 9년에 걸쳐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을 개발하여, 2020년부터 기상청 슈퍼컴퓨터에서 정식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이로써 세계에서 9번째로 자체 수치예보모델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델에 문제점이 있을 때 즉각 수정·개선할 수 있게 되어 수치예보기술의 완전한 자립과 지속 발전이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험기상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는 가운데, 자체 기술을 확보하여 기후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김용민 앵커>
기존 12km 간격의 수치예보모델에서 8km 간격의 고해상도 모델로 전환하셨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진 건가요?
하종철 과장>
그물망이 촘촘할수록 더 작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촘촘한 격자는 작은 규모의 기상현상까지도 잡아낼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 좁은 지역에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 겨울철에 특정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내리는 폭설 등 좁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기상현상을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고해상도 모델이 필요합니다.
기존 12km 격자 간격에서 8km 격자 간격으로 상세하게 되면서, 좁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위험기상을 잘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계산량은 많이 늘어나지만, 과거에 비해서 슈퍼컴퓨터의 계산속도가 빨라졌고, 수치예보모델의 구름과 비 등을 계산하는 알고리즘도 개선되어 더 세밀한 계산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입력되는 관측자료도 더 많아졌고, 활용기술도 높아졌습니다.
김현지 앵커>
그렇다면 실제 날씨 예측 정확도 부분에서 우리가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을까요?
하종철 과장>
8km 해상도의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였습니다.
테스트한 과거 사례 중에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발생시킨 2022년 8월 서울 집중호우 사례를 분석해보았습니다.
기존 12km 모델은 강수량을 최대 250mm 정도로 예측했지만, 8km 모델에서는 실제 관측된 421mm에 가까운 약 400mm를 예측하였습니다.
강수대의 위치 또한 관측과 유사하게 예측하였습니다.
이처럼 격자간격이 촘촘한 고해상도 모델의 예측 결과가 실제 현실에 가까운 강수 분포와 강도를 잡아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김용민 앵커>
이번에 운영을 시작한 수치예보모델은 해외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이나 강점이 있을까요?
하종철 과장>
8km 고해상도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은 해상도가 높아서 좀 더 현실과 가까운 지형 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국외 수치예보모델인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이 9km 간격, 일본 기상청(JMA) 모델은 13km 간격, 영국 기상청(MetOffice) 모델은 10km 간격인데요.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은 이보다 더 촘촘한 해상도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지형이 복잡하고, 바다와 산이 인접한 지역은 고도 등 지형 특성이 현실과 가까울수록 예측이 더 정확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은 우리나라 기상기후 환경을 고려하여 개발하였고, 우리나라 강수 현상을 고려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하였기 때문에 모델 예측 특성도 우리나라에 더욱 적합합니다.
김현지 앵커>
기후 위기로 급격한 기후 변화가 잦아졌습니다.
이번 고해상도 수치예보모델이 이러한 위험기상을 예측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하종철 과장>
이번 모델은 격자당 간격이 촘촘해졌기 때문에 비나 눈 구름의 형성, 이동 경로, 강수량의 집중 지역까지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시험운영을 하면서 분석해보니 폭설도 잘 예측을 하였는데요.
지난 3월 강원도 산악 지역에 최대 24.4cm의 눈이 내렸는데, 기존 모델은 절반 수준인 12cm의 눈을 예측했지만, 고해상도 모델은 25cm를 예측하여 실제와 유사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의 예측에 대해서 평가를 했더니, 기존 모델보다 5일 이전부터 우리나라 쪽으로 이동한다는 일관적인 예측을 하였고, 태풍경로도 더 정확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실제 예보관들이 위험기상을 예보할 때 더 유용하게 활용되어 국민과 관계기관의 재난 대응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용민 앵커>
특히 이번 모델은 국지성 호우나 급변하는 기상처럼 좁은 지역의 예측도 가능하다고요?
하종철 과장>
네, 국지성 돌발 기상이 고해상도 모델의 진가가 발휘되는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름철 집중호우, 강원도 산지의 폭설, 겨울철 서해안 눈구름 등의 예측에 효과적인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기존 모델은 특정 지역에 대해 격자 1개가 계산되었다면, 이젠 같은 지역에 대해 2~3개의 격자에 대해서 계산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상세한 예측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특히, 남북으로 좁은 지역에 발생하는 기상 현상 예측에도 더 효과적이게 되었습니다.
김현지 앵커>
실제로 예보관들의 실무 현장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종철 과장>
기존 모델보다 훨씬 세밀한 정보가 제공되니까 더 많이 활용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에서 생산된 수치예보모델 결과들은 일기도로 시각화되어 실시간 예보 현장에 제공됩니다.
예보관들은 이런 다양한 형태의 그래픽 자료로부터 기상현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한국형수치예보모델로부터 수만 장의 일기도가 생산되어 예보관들에게 제공됩니다.
예보관들은 이번 고해상도 모델을 위험기상 판단의 근거자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상특보 발효 여부나 예보 브리핑을 준비할 때, 많이 활용하면서 예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김용민 앵커>
수치예보의 정확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모델 자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적 보완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현재 추가로 추진되고 있는 기술 개발이 있나요?
하종철 과장>
정확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해상도 향상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계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계산량은 비슷하면서도 우리가 관심이 있는 우리나라 지역은 더 상세한 예측이 가능한 '가변격자'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평 해상도가 2배로 높아지면 계산량이 8배가 증가하는데, 이 기술이 개발되면 계산량은 약 2배 정도만 증가하여, 효율적인 계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수치예보모델은 입력자료가 중요한데, 새롭게 발사되어 운영되는 인공위성 등 최신 관측자료를 수치예보모델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유럽연합 등 수치예보모델을 운영하는 외국기관과 공동 연구 등 협력을 통해 새로운 알고리즘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각자의 수치예보모델을 함께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김현지 앵커>
기상청에서는 수치예보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하종철 과장>
수치예보의 개선을 위해서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보 정확도 개선을 위해서 양질의 관측자료, 예보관 역량과 함께 수치예보모델의 개선이 중요합니다.
수치예보모델은 그 복잡성과 기술의 고도성을 고려할 때, 기상분야와 전산분야의 전문가 집단에 의한 지속적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상청에서는 안정적으로 전문인력을 확보할 있는 전문조직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또한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이 기상재해로부터 안전한 국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용민 앵커>
마지막으로 고해상도 수치예보모델이 갖는 정책적·사회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하종철 과장>
이제 날씨는 단순히 우산을 챙길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정보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갑작스런 위험기상으로 몇 시간만에 침수나 교통 마비, 산업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고해상도 수치예보모델은 그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국민과 정부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과학적 방어체계입니다.
또한 에너지, 농업, 항공 등 사회 전 분야의 기상정보 수요에 고도화된 해답을 제공할 수 있어, 단순한 기상기술을 넘어선 산업적, 사회적 기반 기술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김용민 앵커>
지금까지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 하종철 과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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