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를 마치고 뒤늦게 찾아온 여름밤. 저 밤하늘을 바라보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고 말하는 배효정, 이민규 부부. "몸도 마음도 지친 때였어요. 항암치료를 마치고 가족들과 쉬러 온 괴산의 어느 숙소에서 하늘을 바라보는데. 쏟아지는 별이 어찌나 예쁘던지. 눈물이 나더라고요. 살고 싶어졌어요. 여기 내려와서."
2. 암 이후에 알게 된 생의 진실, 온전한 '나'로 건강하게 살아가기
- 새벽 6시면 어김없이 밭으로 향하는 배효정(67), 이민규(65) 부부. 여름내 풀과의 전쟁을 치르느라 온몸 성할 날 없었다는 부부는 오늘도 '풀매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쩔 수 없다. 제초제나 유기합성농약을 일절 쓰지 않고 농사를 지으니 말이다. 부부가 어려운 길을 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 수원에서 두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왔던 부부. 풍족지 않은 형편,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회사원, 장사꾼, 막노동 등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오던 어느 날, 배효정 씨는 건강검진을 하다가 암을 발견했다. 유방암 3기. 세상이 멈췄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 달려왔던 삶이 무너졌다.
-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도중 가족들과 쉬러 온, 충북 괴산의 한 펜션. 밤하늘에 쏟아지던 은하수를 바라보니 지친 몸과 마음이 말끔히 치유되는 듯했다. 그 길로 괴산으로 귀농을 한 부부. 초창기엔 냉난방도 되지 않는 농막(컨테이너)에서 먹고 자고, 겨울엔 벌벌 떨고 여름엔 뻘뻘 땀을 흘렸다. 힘들게 살았으면서도 부부는 "그때 정말 살맛 났죠"라 말한다. 암을 겪은 이후에 알았다.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끗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부부는 지난 11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3. 내 머릿속의 요리책, 아련한 기억 속 할머니와 엄마의 맛을 펼쳐낸다.
- 귀농을 한 이후 배효정 씨는 청정 자연에서 나는 먹을거리들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내가 먹어보니 어떤 게 건강에 좋은지 대번 알죠. 그러니 다른 사람들한테도 권해주고 싶은 거지." 그렇게 김치, 장아찌, 고추장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 그녀의 손맛은 순전히 친정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엄마는 밥상에 늘 열 가지 이상의 반찬을 올려내셨다. 산과 들, 논과 밭에서 나는 것들. 그야말로 계절을 훑어 밥을 지어내신 엄마. 배효정 씨는 기억 속 엄마의 반찬들을 그대로 만들어낸다.
- 한 달 전부터 부부에겐 든든한 이웃이 생겼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온 조카 정솔 씨. 이모와 이모부의 귀농생활을 지켜보던 조카가 귀촌을 결심한 것이다. 전직 요리사였던 조카는 이모 곁에서 농사도 짓고, 함께 반찬도 만들어 온라인 판매를 도와주고 있다.
4. 에필로그
여름내 어찌나 바쁘게 보냈는지 모처럼 집 앞 계곡에 두 발을 담근 부부. 시원한 물결에 마음을 내려놓고 부부는 지난 세월을 돌이켜본다. 그리고 부부는 말한다. 괴산을 오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나에게, 우리에게 두 번째 삶을 열어주고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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