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화를 배우며 향수를 달래는 교민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손자, 손녀를 둔 이민 1세대 여성들로서 취미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지만, 열정만큼은 젊은이들 못지 않는데요.
얼마 전에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화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그 현장을 김운경 글로벌 국민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운경 국민기자>
(장소: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국문화회관)
프랑크푸르트 한국문화회관에 한국화가 활짝 피어났습니다.
9년 만에 열린 한국화 작품 전시회는 교민사회의 격려와 현지인들의 관심 속에 성황을 이뤘습니다.
현장음>
"한국화 전시회를 위해서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모든 한 분 한 분께..."
금붕어가 평화롭게 헤엄치는 연못 위로 멋스럽게 휘어진 등나무, 향긋한 등꽃 내음이 정원에 가득합니다.
인터뷰> 볼프강 하인리리 /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 작품이 마음에 듭니다. 그림을 보니까 어릴 적 부모님 댁에 있던 큰 등나무가 생각나네요. 담쟁이덩굴처럼 높이 자랐었죠."
우리나라 꽃 무궁화도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이 그림은 유일한 독일인 수강생 클라우디아 씨가 그린 건데요.
관람객들의 시선을 빼앗습니다.
인터뷰> 클라우디아 파스벤더 / 한국화 수강생
"한국화는 생동감 넘치고 힘과 표현력이 풍부해요. 제가 좋아하는 이유죠."
이 작품들은 프랑크푸르트 한국문화회관에서 한국화를 배운 교민 할머니와 현지인이 그린 그림입니다.
평소 꾸준히 기량을 닦아 온 수강생 16명의 채색화 문인화 등 30여 점의 작품마다 한국의 정취가 깊이 배어 있습니다.
인터뷰> 미하엘 크납할더 /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명함과 흐릿함, 가는 선과 거친 선 등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요. 구도 자체가 더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꽃과 색채도 정말 마음에 듭니다."
프랑크푸르트 한국화반은 2011년에 정규강좌로 개설됐습니다.
지금은 초급반과 중급반 두 강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독일에서 서양미술을 배운 장선옥 씨가 자신의 재능을 동포들과 나누고자 시작한 일입니다.
인터뷰> 장선옥 / 한국화 강좌 강사
"간호사들, 수고하시는 분들의 그림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저의 재능을) 나누고자 그림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이분들이 열심히 하는 바람에 저도 힘을 얻고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한국화반 수강생은 대부분 1960년대, 70년대에 독일로 건너 온 이민 1세대.
고단했던 이민 생활의 풍상을 겪어 온 교민사회 원로들의 그림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인터뷰> 김란희 / 파독 간호사, 한국화 수강생
"제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제일 하고 싶은 게 그림 그리는 거였는데, 그때는 우리가 와서 부모님을 도와줘야 되고 돈도 보내야 되니까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 당시에... 그래서 정년퇴직하고 나서 그림 공부를 하게 된 거예요."
인터뷰> 김완석 / 파독 간호사, 한국화 수강생
"향수에 젖어서 살다가 이런 것을 접하니까 여기 와서 하루를 하고 가면 고향을 만나고 가는 마음 같아요. 기분 좋고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고, 다음에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나 기대되는 마음이에요."
한국화반 창설 멤버인 노순자 씨는 요즘은 팔의 근력이 약해져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지만 그림 그리는 작업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한국화에 대한 사랑과 동료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노순자 / 파독 간호사, 한국화 수강생
"팔에 힘이 없어요. 그렇지만 나와서 교제하고 그림 그리는 것은 즐겁고 하니까 그릴 때 기쁨이 있고 완성해 놓으면 기뻐요."
김운경 국민기자
"치열하게 살아 낸 이민생활 50~60년. 정년 퇴직 후에야 여유 시간을 맞이한 동포들은 고국의 산천과 꽃을 그리며 동료들과 함께 황혼의 인생길을 건너갑니다. 할머니들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국민리포트 김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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