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이자 윤동주 시인 서거 80주년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이색 독서 릴레이가 펼쳐졌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을 3천 명이 넘는 시민이 무려 10시간 동안 차례로 낭독해 기네스북 세계 신기록을 세웠는데요.
국내인과 함께 외국인도 참여한 윤동주 시 독서 릴레이 현장을, 현서경 국민기자가 다녀왔습니다.
현서경 국민기자>
1955년에 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일제강점기 당시 민족시인 윤동주의 유고 시집인데요.
시집 첫머리에 실린 '서시'는 지금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현장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광화문광장 육조마당 / 서울시 종로구)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가 울려 퍼진 이곳은 서울 광화문광장 육조마당.
먼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유고 시집에 등장하는 시를 특별한 손님들이 차례차례 낭독했는데요.
현장음> 남궁인 / 글 쓰는 의사, 윤동주 '서시' 낭독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현장음> 다니엘 린덴만 / 서울시 홍보대사 방송인, 윤동주 '서시' 낭독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기존 '독서 릴레이' 기네스북 세계 기록은 인도에서 10년 전 '간디 자서전' 낭독에 3,071명이 참여한 것.
이번 도전 의미가 큽니다.
특별한 손님들이 낭독하는 사이 대기하고 있는 일반 참가자들.
자신에게 배정된 문장이 적힌 큐카드를 건네받고, 진행요원으로부터 주의할 점을 듣습니다.
현장음>
"더듬어도 끝까지 그냥 문장을 완성해서 이런 식으로 끝내면 되는 거예요."
국적과 세대를 뛰어넘은 다양한 참가자들, 차례로 무대에 올라 윤동주의 시를 한 문장씩 낭독합니다.
현장음> 윤동주 '달을 쏘다' 낭독
"창살이 이마로부터 콧마루, 입술 이렇게 하여 가슴에 여민 손등에까지 어른거려 나의 마음을 간지르는 것이다..."
현장음> 윤동주 '길' 낭독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부끄럽게 푸릅니다..."
인터뷰> 조은실 / 서울시 서대문구
"평소에 윤동주 시인을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요. 역사적인 광복 80주년의 의미 있는 행사에 참여한다는 그런 뜻을 개인적으로 새기고 싶었습니다."
인터뷰> 김라현 / 서울 장덕초 2학년
"짧긴 하지만 한번 해보니까 재미있고 하고 싶어요."
쉬는 시간도 없이 오전과 오후 내내 낭독이 이어졌는데요.
현장음> 윤동주 '달을 쏘다' 낭독
"나의 누추한 방이 달빛에 잠겨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것보다도 오히려 슬픈 선창이 되는 것이다..."
이번 낭독에는 외국인들도 다수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조나단 / 미국 참가자
"(윤동주 시인은) 한국 역사의 아주 위대한 문학인이고 (제가) 기네스북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멋졌어요.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인터뷰> 브라이언 / 캐나다 참가자
"모두가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행사를 위해) 주말에 시간을 내려고 하는 사람이 많네요. 그래서 정말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낭독 현장에 심사위원 두 사람과 증인 8명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요.
인터뷰> 윤정환 / 심사위원, 서울 노원문화재단 실장
"(평가할 때) 낭독해 주시는 분들이 중간에 10초 이상의 공백이 발생되지 않는지 그런 부분들을 연속성을 강하게 봐야 된다고 해서 그런 점을 노심초사하면서..."
정확히 오전 8시 20분부터 저녁 6시 34분까지 무려 10시간 넘게 펼쳐진 '독서 릴레이'.
국내인과 외국인을 합쳐 모두 3천532명이 참여해 당초 목표인 3천180명보다 훨씬 많았는데요.
10년 만에 새로운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우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인터뷰> 오지은 / 서울도서관장
"'한국어로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있습니다'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함께 만들어주신 대한민국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같이 만든 행사이기에 너무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 같습니다."
(촬영: 이정임 국민기자)
현서경 국민기자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와 함께하면서 새로운 세계 기록을 세운 독서 릴레이, 국내외에 걸쳐 주목을 받은 이번 행사는 시인들의 독립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됐습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이어진 윤동주 시 독서 릴레이!
세계 기록 공증 인증서가 전달되고 참가자들의 환호와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현장음>
"최종 기록은 3천 532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노력으로 기존 기네스 세계 기록을 경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국민리포트 현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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