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으로 불리며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가수 신해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팬들의 마음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데요.
그를 추억할 수 있는 성남의 '신해철거리'를 최호림 국민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최호림 국민기자>
(장소: 신해철거리 / 경기도 성남시)
거리를 걷다 보면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살짝 굽은 등에,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올린 마왕의 포즈가 담긴 동상 옆에서 한 팬은 그의 생전 모습을 따라 해 보며 추억을 사진에 남깁니다.
인터뷰> 김어진 / 가수 신해철 팬
"오늘 최대한 느낌을 내기 위해서 해철이 형 머리, 그리고 선글라스 쓰고 왔어요."
신해철을 주축으로 결성된 밴드 '넥스트'의 첫 글자 'n'을 형상화한 표지판부터 노랫말이 새겨진 목판, 동료와 팬들이 남긴 메시지까지.
신해철 거리는 160m의 길지 않은 골목길이지만 거리 가득 마왕의 흔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현장음>
"신해철 씨 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어떤 게 있어요?"
"좋아하는 노래는 '나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수내동에는 신해철의 음악 작업실이 있었는데요.
2년 전 철거됐지만, 그 스튜디오에서 창작 활동을 하던 후배 가수는 그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립니다.
인터뷰> 이현섭 / 후배 가수
"음악하는 후배들에게 마왕 그런 이미지 없습니다. 정말 편하고 친한 형처럼 대해 주셔서... 그때가 2012년도쯤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제가 당시 힘든 상황에 있어서 해철이 형께서 그 스튜디오를 인수해 주셨죠. 그러고 나서 제가 원래 쓰던 대로 계속 쓰라고 편하게..."
마왕이 세상을 떠난 지 11년.
오랜 시간 마왕과 함께했던 음악인들은 그를 자상한 동료이자 친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석 / 베이시스트 (넥스트·노바소닉·지니)
"신해철 씨가 대학가요제에서 입상하고 대상을 탄 뒤에 라디오 DJ로 활동했었는데요. 그때 저는 초대 가수로 섭외가 돼서 처음 만났었고요. 항상 인터뷰할 때마다 이야기하는데 넥스트 활동 이외에 제가 프로듀싱으로 작곡이나 다른 가수들 작업을 할 때 늘 옆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인터뷰> 이수용 / 드러머 (넥스트·노바소닉)
"신해철 씨가 떠나기 바로 직전일 거예요. 공연 중에 비가 갑자기 쏟아지더라고요. 신해철 씨가 비를 피해 그 천막으로 들어와서 제 바로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정말 환하게 웃으면서 저를 뚜렷하게 쳐다보며 웃는 모습이... 정말 제가 신해철 씨를 보면서 그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처음 봤던 것 같습니다."
90년대, 신해철과 함께 넥스트를 만들었던 원년 멤버는 그와 함께 만든 곡을 연주합니다.
기타 소리에 그와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인터뷰> 정기송 / 기타리스트 (넥스트·NAD)
"신해철 씨와 넥스트를 만든지도 지금 30여 년이 됐는데 돌아가시기 6개월 전에 같이 와서 넥스트유나이티드를 결성하고 같이 의기투합해서 하기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안타까운 일이 생겨서 정말 아쉽네요."
지난 2014년 한 시민이 SNS를 통해 거리 조성을 제안한 것을 계기로 성남시와 유족, 팬들이 함께 만든 수내동 신해철 거리가 음악과 문화를 나누고 한국 대중음악의 정신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혁 / 성남 신해철거리 상인
"주민들과 같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고 이제 4분기 되면 크리스마스와 새해도 돌아오는데 트리나 LED 전구를 나무에 감아서 사람들에게 포토존을 만들어 주거나 그런 활성화를 해서 외부에서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게끔..."
대중 앞에서 거침없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한국 음악사의 새 지평을 열었던 신해철.
그를 기리는 신해철 거리가 추모를 넘어 그의 음악과 철학을 나누는 문화의 장이자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국민리포트 최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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