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토론 프로그램을 좋아하기도 하고
대학생으로서 이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었는데

오히려 주제자체 보다는 토론의 과정이 저에게는 흥미로왔던것 같습니다.

누가 맞냐 틀리냐를 떠나서 토론이 워낙 깔끔하게 진행되어서인지
주제와 양쪽의 논리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잘 이해되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민감한 주제가 이렇게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다루어 졌다는
것, 마치 "모범적 토론이란 이런것이다." 라고 말하는 듯한 이 토론은,
우리사회의 대화,토론 중심 분위기가 더욱 더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
고 있는 것 같아서 잠시 고무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이 토론을 보고 난뒤 곧바로 kbs로 돌렸습니다..생방송 심야토론을
하더군요...

틀자마자 쏟아지는 고성들...조용히좀 해주세요 하면서 소리지르는 사회
자... 말꼬리잡고 늘어지는 유치한 반박들... 최근에 불거진 U대회를 둘러
싼 여러 갈등들에 대한 양쪽의 토론(?)이었습니다...

실망스럽더군요... 둘다 무엇을 주장하는 지도 들리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
고 발언권을 가져도 여기저기서 끼어들고 말 막고... 사회자도 진행이 안되
니까 화가 잔뜩 나 있고.. 너무나 두 토론
이 비교되었습니다...

어제 우연히 양심병역거부 토론을 중간부터 본거라 오늘 다시 재방송을 보
고 있는데요. 역시 서로 배려하고 "양심적으로"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니 토론하는 모습 자체만으로 속이 다 후련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양쪽의 논리가 세계적 보편성 대 한국의 특수성 , 기
본권 대 실정법 의 대립으로 귀결되는 것 같았는데요,
병역거부권인정을 찬성하는 쪽이 말을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어서인지,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한건지는 몰라도 훨씬 더 설득력 있는 논리
로 접근하더군요. 이에 반해 반대하는 쪽은 현실론과 실정법상의 한계를 반
대의 기본 논리로 삼았는데, 이 점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지는 못한 것 같
습니다. 단지 구체적이지 못한 사례의 나열에만 그친 것 같더군요. 이 부분
에 보다더 효과적으로 반대의 논리를 표명할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차치하더라도 이 토론은 저처럼 막연히 알고 있던 사람들
에게 정말 양쪽의 입장과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게 해준, 보는것 만으로 참
속이 시원해지는 청량제 같은 토론이었습니다.

자주 봐야겠네요^^ 다시보기 보니까 흥미로운 주제도 많은데요 ㅎㅎ

하여튼 좋은 토론 볼 수 있도록 해주신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