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공중보건의 부족으로 농어촌 의료 취약 지역 진료소가 잇따라 문을 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같은 일이 도시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강재이 기자입니다.
강재이 기자>
(장소: 대구 곽병원 별관 대구희망진료소)
눈에 잘 띄지 않는 건물 한편.
복도 끝 비품이 쌓인 좁은 공간이 있습니다.
문 앞에는 '대구희망진료소 진료실'이라는 작은 문패만 남아 있습니다.
강재이 기자 jae2e@korea.kr
"이곳은 불과 몇 달 전까지 쪽방 주민과 노숙인들이 매일 드나들던 진료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진료 장비도 치워지고, 박스만 쌓인 채 방치된 상태입니다."
대구희망진료소는 공중보건의 1명과 간호사 2명이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진료해온 곳입니다.
몇 년간 진료소 단골이었단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쪽방촌 주민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의사 선생님들 계시면 여기서 바로 진료받고, 치과 있는 병원에도 안 가도 되고 훨씬 낫지요."
진료소는 돈 걱정 없이 아픈 사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인터뷰> 쪽방촌 주민
"공보의 선생님이 이제 맨 처음에 두세 번 보니까. 커피 한 잔 하세요 하고 커피 한 잔씩 하다 보니까 제가 아픈데도 좀 참았던 거, 밑에 있던 거를 내 이야기를 한단 말이에요. 근데 병원 의사 선생님한테 그 얘기를 못 해요. 내가."
하지만 지난 4월, 유일한 공중보건의가 전역하면서 진료가 중단됐습니다.
함께 파견됐던 간호사들도 각자 소속 기관인 노숙인지원센터와 쪽방상담소로 복귀했습니다.
현재는 간단한 처치와 상담만 할 뿐, 의사가 필요한 진료와 처방은 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박주희 / 대구희망진료소 간호사
"예전에는 병원 오시면 궁금하신 거라든지, 이런 부분을 공보의 선생님하고 상담도 하시고. 병원 가시기 전에 필요한 검사라든지 이런 걸 다 하셨는데, 지금은 그게 안 돼서. 제가 상담해 드리는 건 한계가 있어서."
주민들도 다시 쪽방 골목으로 돌아갔습니다.
강재이 기자 jae2e@korea.kr
"진료소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 쪽방촌입니다. 몸이 아프면 가장 먼저 찾던 진료소가 사라지자, 쪽방 주민들은 다시 홀로 아픈 밤을 견뎌야 합니다."
지난해 월평균 200건 이상이던 방문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쪽방촌 주민
"다쳐도 여기 와가지고, 약 받는 것밖에 없어요. 공보의 선생님이 없으니까. 그런 얘기 해 줄 사람이 없어요. 물어봐도 저분은 이제 간호사 시니까 말을 못 하는 것도 있고 모르시니까."
공중보건의 재배치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역 복무 선호로 공보의 인력이 줄어든 데다, 대구같은 대도시는 배치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영상취재: 이기환 전민영 / 영상편집: 최은석)
결국 도심 취약계층의 진료 공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주희 / 대구희망진료소 간호사
"촉탁의 선생님이 주기적으로 주 2~3회만 오셔서 봐주셔도, 저희가 이제 주민분들 오셔서 상담하시거나, 저희가 재가방문했을 때 응급상황이 생기면 선생님이 와서 처치를 하고..."
대구시는 의사 수급과 재정 문제로 촉탁의 배치는 어렵다며, 기존 사업과 병원 연계를 통해 공백을 줄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전화인터뷰> 강경희 / 대구시 복지정책과장
"시에서는 환자들을 지역 병원으로 연계하는 쪽방·노숙인 의료 돌봄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자원봉사 의사에게 실비를 지원해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보완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공보의 부재로 문을 닫게 된 진료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KTV 강재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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